[美대선 첫 경선 아이오와 르포] 이제 경합주 아닌 공화당 우세주… 트럼피즘이 정치 양극화 키워 “사람들 공포 자극해 얻어낸 허상” “트럼프 낙선땐 가만있지 않을것”
15일(현지 시간)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에서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주도(州都) 디모인에서 연설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가운데)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각각 아이오와시티, 웨스트디모인에서 연설했다. 디모인·아이오와시티·웨스트디모인=AP 뉴시스
디모인=문병기 특파원
13일(현지 시간) 미국 아이오와주(州) 오번데일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붉은 모자를 쓴 제리 피어스 씨(68)는 영하 20도가 넘는 살을 에는 한파에도 트럼프 선거운동본부로 향했다. 2016년 때는 공화당 경선 라이벌이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그는 15일 열릴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는 지역 코커스 의장을 맡을 정도로 활발한 트럼프 지지자로 바뀌었다. 피어스 씨는 ‘2020년 대선 뒤집기’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91개 혐의가 “모두 지어낸 얘기”라며 “‘사법 무기화’로 낙선한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가 맞을 최대 위험으로 미 대선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첫 대선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주는 정치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 농촌은 트럼프, 도심은 反트럼프 ‘분열’
민주·공화당 모두 압도적 우세를 차지하기 어려운 ‘경합주’로 분류되던 아이오와주는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뒤로 갈수록 선명한 ‘레드 스테이트(red state·공화당 우세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농촌 지역은 트럼프 대세론이 강세인 반면, 주도(州都) 디모인 등 도심 지역은 오히려 반(反)트럼프 분위기가 높아지며 분열상을 드러내고 있다.
미 대선의 10대 ‘가늠좌(bellwether)’ 중 하나로 꼽히던 마셜타운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트럼프 지지 성향이 강해진 대표 지역이다. ‘가늠좌’는 미 대선 결과와 가장 비슷한 투표 결과가 나오는 ‘카운티(한국의 군)’를 일컫는다. 마셜타운도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표차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기기 전만 해도 ‘본선 적중률’이 상당히 높았다.
12일 이곳에서 만난 미셸 딜런 씨는 “주변 농촌 어디를 가봐도 트럼프 깃발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 편에 서야 할지 모르는 니키 헤일리(전 주유엔 미국대사)도,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는 론 디샌티스(플로리다 주지사)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셜타운 주민 헬렌 에어하트 씨도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환상적인 일들을 해냈다”며 “우리도 그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식 포퓰리즘이 ‘레드 웨이브’ 불러”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전역에서 지난 10년간 아이오와만큼 극적인 정치적 변화를 겪은 주는 없었다”며 “트럼프는 아이오와를 이제 두 개의 전혀 다른 땅으로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그 배경으로 “트럼프식 포퓰리즘이 주민 70%를 차지하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들에게 ‘레드 웨이브(공화당 돌풍)’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화상 타운홀’ 행사로 재개한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불법이민자에 대한 음모론과 바이든 대통령 부패 등에 대한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했다.
디모인=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