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친미반중 승리] 대만-韓 등 칩4와 공급망 갈등 누적 “中시장서 韓기업 반사이익 볼수도”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 메이트 샤오메이친이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2024.01.13. 타이베이=AP/뉴시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당선인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
14일 반도체 업계는 대만 총통 선거 결과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칩4(한국·미국·대만·일본)’와 중국 사이의 공급망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데다 라이 당선인이 친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만의 주력 산업이 반도체 생산이라는 점을 감안해 중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부품의 핵심 원료인 광물 자원 수출을 제한하는 초강경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압박은 대만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갈륨, 흑연 등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쓰이는 광물에 대한 통제 움직임을 보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것 자체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부담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기 순환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커지며 수요가 축소되는 상황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대만 기업들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국 기업도 미중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고, 한국 기업들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대만 기업의 존재감이 작아 한국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업의 한 임원은 “향후 미국과 중국이 각각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한국 정부와 기업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