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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차이잉원보다 강한 ‘대독파’… “中, 팔 비틀자 反中 결집”

입력 | 2024-01-15 03:00:00

[대만 총통선거 친미반중 승리]
광부의 아들로 4선 의원 지내
“대만은 주권국, 독립선언 필요없어”
시장 시절엔 공용어에 영어 추가
“習 믿어야” 마잉주 발언 막판 역풍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 13일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에서 집권 민진당의 지지자들이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후보의 선거 승리 소식을 듣고 민진당을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신베이=AP 뉴시스

“대만은 이미 주권국이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8월 외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줄곧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같은 해 4월 민진당 총통 후보로 선출됐을 때는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의 ‘MVP(최우수 선수)”라며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맞서겠다는 뜻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중국은 이런 라이 당선인의 선거 승리를 막기 위해 선거 과정 내내 군사 위협, 구두 경고 등을 가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중국의 공세가 오히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유권자를 결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투표 열흘 전인 2일 대만 언론 롄허보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와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인 5%포인트였다. 실제 투표에서 1, 2위 간 격차는 6.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 광부 아들→의사→총통 당선


라이 당선인은 1959년 수도 타이베이 인근 작은 마을 완리에서 태어났다. 광부였던 그의 부친은 라이 당선인이 태어난 지 95일 만에 탄광 사고로 숨졌다. 그의 어머니가 홀로 라이 당선인을 포함한 6명의 자녀를 키웠다. 가난한 집안의 수재인 그는 국립 대만대 의대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1994년 정계에 입문했고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타이난에서 4선 입법위원(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어 타이난 시장, 행정원장(총리)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부총통에 올랐다. 부인과 두 아들, 손자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평가되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독립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라이 후보가 13일 신베이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 2024.01.13. 신베이=AP/뉴시스

라이 당선인은 역시 반중 성향으로 유명한 차이 총통보다 대만 독립에 대한 열망이 더 높은 ‘대독파’로 꼽힌다. 타이난 시장 시절인 2014년 처음 중국 본토를 방문했을 때 중국이 금기로 여기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거론하며 “톈안먼 시위는 애국운동”이라고 했다. 또 중국식 병음 표기를 거부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시 공용어에 영어를 추가했다.

지난해 10월 남부 가오슝 유세 현장에서는 “‘92 공식’(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양측의 구두 합의)을 받아들이는 건 대만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외쳤다. 이런 그를 중국은 ‘배신자’ ‘말썽쟁이’ ‘분열주의자’로 부르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 “習 믿어야” 마잉주, 반중 정서 결집시켜


선거 직전 제1야당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신습론(信習論)’ 발언도 되레 민진당에 호재가 됐다. 마 전 총통은 최근 독일 매체 인터뷰에서 “양안 관계가 좋아지려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당 허우 후보마저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거세진 유권자의 반중 정서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주장해 대만인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국민당 지지층은 선거 패배 확정 직후 마 전 총통의 소셜미디어로 몰려가 ‘패배의 주범’이라는 댓글을 달며 비판했다.

외신 또한 중국의 거듭된 위협이 오히려 민진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대만의 팔을 거듭 비튼 중국의 강경 행보가 오히려 대만 유권자로 하여금 중국을 넘어서야겠다는 열망을 키워줬다”고 분석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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