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선수위원 파리 본선 앞둔 박인비 “발품 팔아 선수 1명이라도 더 만날것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할 환경 만들고 전 세계 워킹맘들에게 용기 주고 싶다”
박인비는 올해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한다. 박인비는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일 때는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며 은퇴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사진은 10일 서울 강남구 자택 인근에서 만난 박인비.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용의 해였던 2012년은 박인비에게 골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해다.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이후 무관(無冠)의 슬럼프에 빠졌던 박인비는 2012년부터 남기협 씨(43)를 코치 겸 매니저 삼아 투어에 동행했다. 당시 박인비의 약혼자이기도 했던 남 씨는 지금 남편이 됐다. 남 씨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었던 골프 선수 출신이다.
박인비는 2012년에만 2승을 거두며 부진에서 벗어났다. LPGA투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베어트로피(최저 타수상)와 상금왕도 차지했다. 이듬해엔 메이저대회 3연승을 포함해 6승을 쓸어 담았다. 10일 서울 강남구 자택 인근에서 만난 박인비는 “2012년은 오빠(남편)와 함께 다니면서 지금의 우승 커리어(LPGA투어 통산 21승)를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한 해였다”며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올해도 용의 기운을 받아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인비는 1988년 7월생 용띠다.
박인비는 올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한 뒤부터 IOC 선수위원을 꿈꾸기 시작했다. 박인비는 남녀 골프를 통틀어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다. IOC 선수위원은 국가당 최대 한 명만 보유할 수 있다. IOC 선수위원이 없는 나라도 많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42·대한탁구협회장)의 임기가 올해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끝나 용의 해인 2024년 박인비에게 기회가 열린 것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사격의 진종오(45), 배구의 김연경(36) 등을 제치고 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가 됐다.
박인비는 파리 올림픽 기간 현지에서 진행되는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유권자인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IOC 선수위원 최종 후보엔 박인비 외에도 각국의 31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 중 4명을 뽑는다. 박인비는 “골프 경기를 하면 하루에 적어도 1만5000보 이상은 걷는다. 하루에 2만, 3만 보씩 발품을 파는 건 자신 있다”며 “악수를 하든 눈인사를 하든 한 명의 선수라도 더 콘택트해 그들의 마음에 어프로치하겠다”고 했다. 골프계에서 입담이 좋기로 알려진 박인비는 선거 유세를 위해 스피치 수업을 따로 받고 있다. 박인비가 당선되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이고,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첫 IOC 선수위원이 된다.
박인비는 지난해 4월 딸 인서를 낳았다. 그는 “엄마가 된 뒤로 늦잠을 못 잔다. 아이 얼굴은 남편을 닮았는데 귀는 나와 똑같다”며 “(4월에) 돌상을 차리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골프공과 골프채를 올려 놓을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딸에게도 골프를 가르칠 생각이다. 그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서라도 운동은 무조건 시킬 생각이다. 당연히 골프가 1순위다”라며 웃어 보였다.
박인비는 2022년 8월 열린 LPGA투어 AIG 여자 오픈 이후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은퇴에 대해선 “아직”이라며 선을 그었다. 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영구 시드권자인 박인비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대회에 나설 수 있다. 박인비는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몸도 만들고 연습도 할 생각”이라며 “나는 재미 삼아 스크린골프를 치더라도 무조건 잘 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일 때 대회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18홀 라운드에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박인비는 ‘1라운드 17번홀’이라고 답했다. 스코어를 묻자 “보기 3개에 버디는 8개 정도 한 것 같다. 이글도 하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박인비는 “20대 때는 정말 인생의 80∼90%가 골프였다면 이제는 조금씩 그 비중을 낮추면서 단단해져 가는 단계인 것 같다. 앞으로 이어질 2, 3, 4라운드도 기대해 달라”고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