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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한국판 위고비’ 임상 3상 첫 환자 등록… “3년 내 비만 신약 상용화 목표”

입력 | 2024-01-15 17:17:00

한미약품, GLP-1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본격화
“다양한 임상 통해 안전성·효능 등 검증”
임상시험계획 승인 후 2개월 만에 첫 환자 등록
비만 환자 420명 대상 국내 임상 3상 진행
3년 내 치료제 상용화 목표… 국내 생산·공급 예정




한미약품이 한국판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초 임상에 참가할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한미약품은 국내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Glucagon Like Peptide-1)계열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첫 환자를 등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임상시험계획 승인 후 2개월 만에 첫 환자 등록이 이뤄진 것으로 향후 시험 대상자 모집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함께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 등 해외 유명인사들이 다이어트 비결로 꼽아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유명해진 비만 치료 주사제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치료제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주 7회 주사하는 삭센다를 승인받았다. 2021년에는 주 1회 투여로 치료 편의를 개선한 위고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위고비와 삭센다는 해외 유명인사들이 주사 투여와 적당한 식이요법으로 짧은 기간에 14kg가량 감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일라이릴리가 체중 감소 효과를 더욱 끌어올린 새로운 GLP-1계열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에 대한 미국 허가를 획득했다. 위고비 경쟁제품이 등장한 것으로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라이릴리 외에 다양한 업체들이 GLP-1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과 LG화학, 일동제약 등이 GLP-1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대웅제약은 패치 제형으로 GLP-1계열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업체 중에서는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업체로 꼽힌다. 한미약품의 경우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당뇨병 치료제로 GLP-1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했다.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수출해 혁신성과 안전성 등을 입증 받았다. 하지만 파트너사 정책 등의 이유로 에페글레나타이드 기술을 다시 반환받았다. 이후 한미약품은 약물 개발 방향을 비만 치료제로 재설정하고 비만 치료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 치료제 관련 다양한 임상을 거치면서 안전성 등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개발 속도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빠른 편이다. 특히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효능을 확인했고 주요 심혈관계 및 신장 질환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효능까지 임상 시험을 통해 검증했다. 해당 임상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등재되기도 했다. 한미약품 역시 위고비와 마찬가지로 주 1회 투여 비만 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이번 임상 3상은 국내 대학병원에서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이중눈가림, 위약 대조, 평행 비교 방식 등으로 진행된다. 임상 종료 시점은 오는 2026년 상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3년 내 국내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상용화할 경우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첨단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인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해외 제품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치료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국내 비만 유병률이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국민 건강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며 “한국 제약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최초의 GLP-1 비만 신약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오너가 장녀 임주현 전략기획실장 사장이 비만 치료를 위한 ‘H.O.P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 치료부터 관리와 예방에 이르는 전주기적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이번에 임상 3상 첫 환자 등록을 마친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 수술적 요법에 따른 체중 감량 효과(25% 내외)에 버금가는 강력한 효능을 확인한 ‘HM15275(LA-GLP/GIP/GCG)’, GLP-1계열 치료제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근육량 손실 및 요요현상 억제 바이오신약, 섭식장애 개선제, 경구용 비만 치료제,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등이 포함됐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