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신용회복지원 협약’ 체결 소상공인 15만명 카드 발급 가능… 25만명 은행권 신규대출 점수 충족 전문가 “도덕적 해이 심화 우려… 신용평가 신뢰마저 떨어뜨릴 것”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올해 5월 말까지 2000만 원 이하의 연체된 빚을 모두 갚은 대출자들의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신용사면’을 단행한다. 이에 따라 약 250만 명의 취약계층이 종전 대비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소외층의 재기를 돕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성실 상환 대출자를 역차별하는 ‘총선용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신용사면으로 일부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 250만 대출자, 저금리 갈아타기 기대
이번 협약에 따라 신용감면을 받는 대상은 2000만 원 이하의 소액을 연체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 중 2021년 9월 1일부터 이달 말까지 발생한 연체를 올해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대출자다.
신용사면이 실시되면 15만 명은 카드 발급이 가능한 최저 신용점수를 충족하고, 약 25만 명은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863점)를 넘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조치로 취약계층의 대출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외환위기 이후 정권 초마다 신용사면 남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체자들 사이에서 ‘경기 어렵고 금리 높으면 예전처럼 신용사면을 해주겠지’란 믿음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런 기류로 인해 대출자 사이에서 ‘연체해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심화된다면 금융 시장의 질서를 저해하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이번 신용사면이 포퓰리즘과 다름없다며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의 신뢰성을 떨어드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300만 명에 가까운 소액 연체자들의 표심을 노린 정책”이라며 “가뜩이나 신용점수가 상향 평준화돼 변별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으로 인해 신용평가사 대신 자체 신용평가 모델의 가중치를 높이는 은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