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 소수 야권이 참여하는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가 어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4월 총선에서 진보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유지를 전제로 ‘반윤(반윤석열) 최대 연합’을 내건 범야권의 비례대표 단일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측도 “위성정당 제도를 방지할 수 없을 때 불가피한 선택지 중 하나”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런 야권의 동향은 결국 이번 총선도 2020년 위성정당 난립으로 망가진 21대 총선의 비례대표 선거를 사실상 되풀이하겠다는 예고편이나 마찬가지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4년 전 양당 대결 정치를 개혁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이란 꼼수를 부리면서 그 취지는 무력화됐고 혼란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비례연합정당 제안도 당시 일부 다른 정당 후보를 비례대표 후보에 세웠다가 선거 뒤 출당시켰던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같은 방식을 그대로 재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4년 전 망령이 되살아난 것은 무엇보다 다수 의석의 민주당이 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을 내세웠던 민주당은 현실적으로 위성정당 출현을 막기 어렵다며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 회귀로 한때 가닥을 잡았다가 안팎의 반발에 부딪히자 다시 준연동형 쪽으로 바꾸었다. 여기에 국민의힘도 병립형 회귀 방침을 완강히 고수하면서 그게 안 되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여야의 논의가 표류하면서 제2의 21대 총선이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