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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 예산 삭감에… 출판협회 “해외진출 차질” vs 문체부 “정부가 주도”

입력 | 2024-01-16 03:00:00

출협 “국제도서전 예산 절반 줄여
문체부에 분노” 대통령실에 공문
문체부 “작년 회계 논란 후속 조치”
정부-민간 갈등에 사업 차질 우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국제도서전’. 동아일보DB


국내외 도서전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해외 도서전과 관련해 문체부가 출협에 지원하는 예산이 지난해 22억9000만 원에서 올해 12억2000만 원으로 46.7%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15일 출판계에 따르면 출협은 “문체부는 출협이 수행하고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의 진행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문체부 때문에 많은 출판사가 해외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통령실에 최근 발송했다. 출협은 공문에서 “문체부는 행사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출판업계는 문체부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의 출협 지원 예산 중 가장 크게 줄어든 건 해외 도서전에서 주빈국관 설치 예산이다. 출협은 매년 국내 작가, 출판사와 함께 해외 도서전에 참가해 주빈국관을 세우고 국내 책을 소개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국제도서전의 주빈국관 설치 예산으로 출협에 7억70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편성된 관련 예산 10억 원을 출협이 아닌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배정했다. 또 해외 도서전에서 한국관 운영 비용 지원도 지난해 6억5000만 원에서 올해 5억5000만 원으로 줄였다.

출협은 현재 검토 중인 캐나다, 브라질 도서전에서 주빈국 참여가 힘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출협 관계자는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예산에 주빈국 사업이 편성돼 있음에도 다른 사업으로 전용하겠다는 문체부 방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해외 도서전은 외교 성격을 지니고 있어 민간단체인 출협이 아닌 공공기관인 출판문화진흥원을 통해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해외 도서전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7월에 열리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국내 도서를 홍보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 지원 예산이 지난해 9억7000만 원에서 올해 6억7000만 원으로 줄어든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출협은 “책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인접 산업으로 확산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방법이 필요한 시기에 예산 삭감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예산 축소는 지난해 회계 처리 논란의 후속 조치라고 반박한다. 앞서 지난해 8월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회계 보고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며 윤철호 출협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을 정부와 민간단체 중 누가 출판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올해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등 현안이 산재해 있다. 문체부와 출협이 협의를 통해 갈등을 줄이지 않으면 성공적인 사업 개최가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