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의 새 길, 신중동]〈4〉 조선업 新중동항로 뚫는 HD현대 英서 배운 K조선, 중동 첫 기술수출… 사우디 IMI조선소 올해 말 첫 가동 1976년 항만공사 바탕 신뢰 탄탄… 엔진-건설기계 새 사업기회 확장
5일(현지 시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킹살만 조선단지의 IMI 조선소 건설 부지에서 골리앗크레인 1기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IMI 조선소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와 HD현대 등이 합작해 건설 중으로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HD현대는 이곳에서 생산된 상선에 대해 한국 조선업 최초로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받게 된다. 주바일=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5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주바일 인근에 위치한 킹살만 조선산업단지. ‘조선소의 상징’인 1600t 골리앗크레인 막바지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형 크레인이 올라오면서 먼 곳에서도 이곳이 조선소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축구장 700개 규모, 매일 1만2000명의 인부가 드나드는 이곳은 HD현대가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업체 람프렐,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와 합작해 짓고 있는 ‘IMI 조선소’의 모습이다. 현재 공정은 80%가량 완료됐다. 나머지 대형 크레인 3대를 설치한 뒤 올해 말 첫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축구장 700개 크기의 IMI 조선소의 예상 조감도. 주바일=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한국 조선업 최초로 ‘설계 기술’ 해외 수출
IMI 조선소는 한국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었다. 주바일은 과거 평범하고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하지만 1976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주도로 현대건설이 ‘20세기 최대 건설공사’로 불린 주바일 신항만을 지었다.
이후 약 40년이 지난 2015년 HD현대와 아람코는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대표적 결과물이 IMI 조선소다. 당시 기획실 총괄부문장이던 정기선 부회장은 MOU 기획부터 체결까지 모두 직접 챙겼다. 이날 킹살만 조선산업단지 인근에서 만난 안윤효 HD현대 사우디 현장 소장은 “현지 주민들에게 주바일은 곧 현대이자 한국의 도시로 조선소 건설을 매우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가 중동으로 조선 기술을 수출한 배경은 중동 국가의 공격적인 탈석유 정책과 연관이 깊다. 사우디 정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비전 2030’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석유산업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목표로 세웠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석유 산업만으로는 국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에서 비롯됐다. HD현대 관계자는 “사우디는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고 자국 내 생산을 높이기 위해 제조업을 집중 육성 중이다”며 “중국이 저가 수주를 바탕으로 조선업을 장악하는 가운데 HD현대는 초격차 기술을 통한 기술 라이선스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항만 공사 신뢰 바탕으로 엔진, 변압기도 수출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 사업에도 HD현대가 뛰어들었다. 지난해 HD현대는 사우디 시장에서 건설기계 약 1900대를 수주했다. 지난해 대비 20%가량 증가한 수주량이다. 이 중 네옴시티 비중이 약 60∼70%로 추정된다. 사우디 건설 시장은 2027년까지 매년 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완공 계획인 네옴시티는 지난해에만 6000대 이상의 건설 장비가 투입되는 등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의 전력기기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도 지난해 사우디에서 약 6억 달러(약 7900억 원)의 수주를 따냈다. 지난해 9월 네옴시티에 공급할 678억 원 규모 변압기와 지난해 10월 사우디 송변전 기업 알지하즈와의 전력기기 공급 계약이 대표적이다. HD현대일렉트릭 한상만 책임매니저는 “중동 국가는 석유 중심 1차 산업에 치중돼 있어 제조업 기반이 아직 열악한 상황이라 한국 제조 기업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사막이 많은 중동에 전력 기기를 짓는 것이다 보니 사우디가 고품질의 제품을 원해 중국보다 한국 기업이 품질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주바일=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