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전남 영광군 안마도 사슴 등 무단 유기 가축 처리방안 제도개선 내용을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와 합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전남 영광군 안마도에 무단 유기된 사슴이 수백 마리로 불어나 주민과 생태계에 피해를 준 문제가 30여 년 만에 해결될 전망이다.
1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무단 유기 가축의 처리방안에 대한 제도개선 의견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적극 수용 의사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해 7월 영광군과 주민 593명은 “안마도 등 섬 지역에 주인 없이 무단 유기된 사슴이 수백 마리까지 급증하면서 섬 생태계는 물론 농작물과 조상 묘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피해 해소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과 영광군은 안마도 사슴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다.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사슴은 ‘가축’에 속하는데, 이런 가축은 수렵 등으로 개체를 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환경부는 사슴이 가축이므로 농식품부 소관 사항이라는 입장이었고, 농식품부는 환경부에서 사슴을 야생동물법상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 영광군이 사슴을 포획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권익위는 환경부에 안마도 사슴으로 인한 주민 피해 및 생태계 교란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법정관리대상 동물로 지정할 것인지 결정하고 후속조치하도록 했다. 법정관리대상 동물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유해야생동물’이나 ‘야생화된 동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생태계교란 생물’이나 ‘생태계위해우려 생물’을 말한다.
농식품부에는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축산법 등 관련 법령에 가축사육업 등록 취소·폐업 시 가축 처분을 의무화하고 가축을 유기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
권익위는 이 같은 절차를 도식화해 안마도 외 지역 등에 유기·방치된 가축 등 유사한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본 사안은 관계기관 간 입장 차이로 장기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는데, 이번 민원을 계기로 체계적인 대응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