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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높게 거래한 뒤 차액 나눠…위법 공인중개사 429명 적발

입력 | 2024-01-16 15:47:00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2023.7.20. 뉴스1


#1.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A씨는 1억4600만 원 짜리 전세를 끼고 시세 1억1000만 원짜리 빌라를 사들였다. 자기 돈은 한푼도 들이지 않고 집을 사며 오히려 차액을 남긴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A씨가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과 공모해 세입자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도록 유인했기 때문.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A씨가 계약 직후 중개사에게 1800만 원, 보조원에게 800만 원을 계좌이체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들이 이런 식으로 빌라 11채를 더 매수한 것으로 보고 사기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2. 부산 수영구의 공인중개사 B씨는 2022년 4월 폐업했다. 다만 해가 지나도록 B씨의 공인중개사무소 간판은 철거되지 않았다. 대신 B씨의 사무소에서는 2022년 8월 등록취소된 공인중개사 C씨가 영업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C씨는 폐업신고된 B씨의 상호와 대표 명함은 물론, B씨의 중개사무소등록증과 공인중개사자격증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들이 무등록 중개, 등록증 대여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 공인중개사 2615명을 특별 점검한 결과 총 483건의 공인중개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인중개사법령 위반 공인중개사는 조사 대상의 16%인 429명이었다. 이번 점검은 지난해 1·2차 점검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된 880명 중 현재도 영업중인 723명과 전세사기 피해가 이어지는 지역의 의심 공인중개사 189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무등록 상태로 세종시에서 중개사무소를 3곳 운영해온 사례도 적발됐다. 2019년 폐업한 D씨는 이전부터 자신이 운영해오던 중개사무소에 다른 공인중개사들을 서류상으로 이전신고한 후 실질적인 운영은 자신이 맡아왔다. 또 본인소유 건물에 중개사무소를 재개설하는 등 총 3곳의 사무소를 운영해온 것이 드러났다. 경남 김해시에서는 한 공인중개사의 부동산 거래 계약 체결 건수가 지나치게 많아 조사를 해보자 공인중개사 필체와 다른 계약서가 나오기도 했다. 국토부 조사에서 공인중개사 본인이 아닌 중개보조원에 의해 계약을 대리로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된 사례 483건 중 사기 등이 의심되는 68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과태료(115건)·업무정지(69건)·등록취소(3건)·자격취소(1건)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적발된 공인중개사 중 중 34명은 여러 건의 위법행위를 한꺼번에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안전한 중개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인중개사 관련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