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오는 5월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 취임 전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중앙군사위원회가 대만 전역과 대만해협 주변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압박 옵션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이 당선인이 오는 5월20일 취임식까지 대(對)중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중국의 대만 압박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지난 13일 총통 선거에서 40.1%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친중 성향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는 33.5%,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6.5%를 득표했다.
로이터는 “비즈니스 흐름과 무역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은 경제적인 면에서 강압적인 옵션을 갖고 있다”며 “보안 분석가와 외교관들은 중국이 대만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할 능력도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1일 대만에서 수입한 약 12개 화학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철회했다. 이 때문에 라이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중국-대만이 체결한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웬티 성 호주국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로이터에 “그들은 약 3주 전 경제 제재 옵션(일부 품목 관세 인하 철회)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이제 중국 정부는 대만을 과도하게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라이 당선인에게 자국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제 제재 수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입법회(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국민당 등 야권 입법위원(의원)들을 포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자 분석 기사에서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한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이 “민진당은 결코 대만의 주류 여론을 대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낸 데 주목했다.
이는 라이 당선인의 득표율이 40.1%에 불과했던 것과 함께 민진당이 113석 규모 입법위원 선거에서 과반 미만인 5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꼬집는 내용이다.
대만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프로스펙트재단의 라이이충 이사장은 “중국의 성명은 민진당을 다수당에서 소수당 정부로 끌어내리고 여소야대 정국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함으로써 대만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노선을 정당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공산당의 ‘입’이라 불리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위챗 블로그 게시물에서 “만약 라이칭더가 취임 후 자제하지 않고 급진적 노선을 장려하려는 노력을 강화한다면, 그는 전쟁을 일으키고 영원히 죄인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이에 따라 중국 입장에서는 라이칭더 당선인의 본격적인 취임 전까지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하며 양안 정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4년전 선거와 비교했을 때 민진당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여당 자리도 내주게 됐다 ”며 “중국은 관영 등 선전 매체를 이용하거나 과거와 같이 경제적으로 당근을 주면서도 관세 혜택을 철폐하는 등의 채찍을 쓰면서 유리한 조합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베이징=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