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하버드, 스탠퍼드 등 유명 경영대학원에서 네트워킹 사례연구로 다루는 인물 중에 하이디 로이젠이 있다. 애플의 전 세계 개발자 관계를 책임지는 고위 임원을 지낸 뒤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소프트뱅크 등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가 집에서 여는 파티에는 빌 게이츠 같은 유명 인물이 참석할 정도였다니 네트워킹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첫째, 익숙함과 새로움. 그는 모임에 초대할 때면 초대받은 모든 사람이 참석할 인원 절반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여서 어색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한편 나머지 절반은 모르는 사람들로 구성해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가 오가도록 했다. 또한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임에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서 서로 자연스럽게 도와주게 했다.
셋째, 양보다 질. 대규모 콘퍼런스 등에 참여할 때도 그는 많은 사람과 명함을 나누고 인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단지 몇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전에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사한 후 그들과 질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나 도움을 주고받으려 한다. 또한 대화할 때 그는 스마트폰 등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지 않고 상대에게 집중하고, 이미 성공한 사람들보다는 향후 잠재력이 있는 능력과 인간적 예의를 갖춘 사람들과 관계를 쌓으려고 노력했다.
여기에서 나의 관계 네트워크를 한번 돌아보자.
첫째, 내 일상의 업무나 삶에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직장 동료가 예가 될 수 있다.
둘째, 마음이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적 지지를 보내줘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친구나 연인, 가족, 심리상담사 같은 전문가 등이 속할 수 있다.
넷째, 내가 원하는 일을 해 나가기 위한 예산, 인원, 업무 등을 제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직장 상사나 고객, 투자자 등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동종 혹은 다른 업계에 있는 사람이거나 때로는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사람일 수 있다.
네트워킹은 상호성이 핵심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때로는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또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확장해 나가는 것이고, 이런 기회를 자기만의 속도로 지속적으로 만들면 된다. 얼굴을 마주하고 차 한잔을 하면서 이뤄질 수 있고, 때로는 버추얼, 소셜미디어나 이메일을 통한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도 가능할 수 있다.
네트워킹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거나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고 인사를 나누는 횟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네트워킹의 한 가지 방식일 뿐이다. 관계에서 외향적인 성향을 선호하는 사람만이 네트워킹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각자 자신의 성향과 필요에 맞는 네트워킹 방식을 찾아 실천할 수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