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나주-화순 4, 5일 이틀간 멈춰… 6.25% 인상 합의, 가까스로 재개 수도권 레미콘 회사-건설사들은 5차 협상 결렬… 팽팽한 줄다리기 “분양가 상승-청약시장 한파 악순환”
지역마다 레미콘 회사와 건설사 간 레미콘 가격 인상 협상이 벌어지면서 공사비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 한 레미콘 공장에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달 4, 5일 광주, 전남 나주시, 화순·장성·담양군에서는 골조 공사중인 모든 건설 현장이 멈춰 섰다. 지역 31개 레미콘 회사가 제시한 레미콘 단가 인상안을 건설사가 거절하자 레미콘 생산을 중단한 것. 레미콘사들은 1루베(㎥)당 가격을 9만5000원에서 10만7200원으로 12.5%(1만2200원)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는데, 건설사들은 인상 폭이 높다며 반대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건설사와 레미콘사는 6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릴레이 협상 끝에 7200원(6.25%) 인상하는 것으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새해 초부터 레미콘 가격 인상을 놓고 레미콘사들과 건설사 간 갈등이 커지며 건설 현장 셧다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 현장이 연초부터 ‘레미콘 가격 인상’이란 복병을 만나면서 공사 중단 및 지연에 대한 우려도 확산된다.
레미콘 회사와 건설사 간 갈등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건설사 구매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주를 비롯해 충남 천안 아산권, 서산·당진권, 전북 전주·완주권, 전남 여수권 등 6개 권역 레미콘사들이 이미 지난해 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천안 아산권은 8만7200원에서 9만9600원으로 1만2400원(14.4%), 서산·당진권은 9만2500원에서 10만5400원으로 1만2900원(13.9%), 전주·완주권은 9만4900원에서 10만6700원으로 1만1800원(12.4%) 인상을 요구 중이다. 건자회 관계자는 “공문이 취합된 지역 외에도 레미콘 가격 인상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며 “협상이 본격화하면 갈등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건설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건비와 자재 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레미콘 단가마저 인상되면 현장마다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3∼4년 건설사들도 비용 상승으로 체력이 바닥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상 시기를 3월 이후로 늦춰 달라고 레미콘사들에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