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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트럼프 막으려 재선 출마”… 고향서 흑인 표심 공략

입력 | 2024-01-17 03:00:00

킹 목사 탄생일 맞춰 흑인 인권 강조
백인 지지 강한 트럼프와 차별화
가상 양자대결, 공화 세후보에 밀려
3100억 후원금으로 부진 만회 노려



필라델피아 시장과 봉사활동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5일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날’을 맞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구호단체 필라번던스를 방문해 셰렐 파커 시장(왼쪽) 등과 함께 취약계층에게 전달할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재선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미 역사상 가장 반(反)민주적인 대통령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5일 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한 날, 흑인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 11월 5일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대결할 가능성이 높은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거듭 ‘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우며 본선 채비를 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 CBS뉴스와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가 10∼12일 실시한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모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바이든 잇단 고향행…해리스 ‘흑인票’ 잡기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고향이자 대선의 핵심 경합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자원봉사를 했다. 5일, 12일에 이어 이달에만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특히 이날이 전설적인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탄생을 기리는 날이라는 점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킹 목사의 정신을 강조하며 비(非)백인에 적대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전략이다.

미 최초의 흑인 겸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누볐다. 이곳에서는 다음 달 3일 바이든 대통령이 참여하는 사실상 민주당의 첫 경선인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전체 인구 중 흑인 비율이 26%다. 미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이곳을 찾아 흑인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포석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헤일리 전 대사 등이 보수 유권자를 의식해 19세기 남북전쟁의 원인으로 노예제도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태도를 거듭 비판했다. 그는 “그들(공화당 대선 주자)이 우리 과거의 추악한 부분을 지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여사의 말을 인용해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비백인에 적대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소수인종의 삶이 팍팍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기인 2020년 5월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져 전 세계적으로 비판 시위가 확산됐다.



● 넉넉한 ‘실탄’으로 지지율 부진 만회 전략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상당히 부진하다. CBS뉴스와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48%)은 트럼프 전 대통령(50%)과의 대결 시 2%포인트 격차로 뒤졌다.

특히 헤일리 전 대사와의 양자대결에서는 53%를 얻은 헤일리 전 대사보다 8%포인트 밀린 45%의 지지율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50대 인도계 여성인 헤일리 전 대사와 붙을 경우 젊은층, 비백인,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뺏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당내 경쟁자가 없다시피 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모아놓은 넉넉한 ‘실탄’으로 부진한 지지율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지난해 4분기(10∼12월)에 9700만 달러(약 1290억 원)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재선 캠프 출범 이후 지금까지 모은 총금액은 2억3500만 달러(약 3100억 원)로 사상 최대다. 현재 보유한 현금도 1억1700만 달러에 이른다.

바이든 재선 캠프 측은 지난해 4분기 모금액의 97%가 200달러 미만의 소액 후원이었다며 “미국인이 공화당의 극단주의를 물리치려 일찌감치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11월 대선 결과를 낙관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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