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다시 ‘1.0대’로] 1부 출산율 반등 이룬 나라들 〈3〉 다양한 가족형태 품은 프랑스 결혼 대신 ‘시민연대협약’ 커플 증가… 결혼 상관없이 ‘자녀 둔 가정’ 지원 2022년 출산율 1.8명… 韓의 2.3배… 법적부부 아닌 가정서 64% 태어나
비혼 커플인 아델리 제르맹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조르당 앙투안 씨가 자녀들과 함께 프랑스 대표 관광지 몽생미셸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 이들은 8년간 동거하며 아들과 딸을 낳았다. 아델리 제르맹 씨 제공
“결혼을 안 해도 아이를 둘이나 낳고 잘 키우고 있는걸요?”
프랑스 중부 셰르주(州) 부르주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아델리 제르맹 씨(31)는 ‘결혼 계획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되물었다. 요리사인 조르당 앙투안 씨(30)와 8년째 동거 중인 제르맹 씨는 6세 아들과 3세 딸을 키우는 ‘비혼 워킹맘’이다. 그는 “결혼 여부와 상관 없이 자신이 아이의 엄마 아빠란 사실만 증명하면 정부의 육아 지원금 등을 똑같이 받을 수 있다”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 결혼은 감소, PACS는 증가
프랑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보리스 오시망 씨는 여자 친구와 17년간 비혼으로 동거하면서 아이 다섯을 키웠다. 막내가 다섯 살이 된 직후인 지난해에야 결혼식을 올렸다. 오시망 씨는 “2006년 동거를 시작한 후 이듬해 시민연대협약(PACS)을 맺었다”며 “PACS를 통해 법적으로 관계를 인정받으며 아이를 키울 수 있으니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했다.
프랑스에선 최근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커플들이 PACS를 체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PACS는 두 성인이 동거를 위해 체결하는 계약으로 1999년 도입됐다. 당초 취지는 동성 커플의 동거를 인정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결혼보다 간단하면서 법적으로 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 인기다.
프랑스에서 결혼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PACS는 늘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결혼은 2012년 24만5930건에서 2022년 24만4000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PACS는 같은 기간 16만690건에서 19만2000건으로 19.5% 늘었다.
정부는 한부모 가정도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덕분에 한부모 가정 비율은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가정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INED)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과 비혼 커플을 포함한 혼외 출산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63.9%에 달한다. 신생아 3명 중 2명이 법적 부부가 아닌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다.
● 충실한 공교육도 출산율에 한몫
기업들도 모성보호 관련법에 따라 출산, 육아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출산한 여성 직원은 출산휴가 18주와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할 수 있다. 임신 여성 등을 위해 유연 근무제를 운영하는 기업도 많다. 글로벌 광고기업 퓌블리시스 프랑스법인은 주 2회 재택근무가 가능한데 임신한 직원의 경우 매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안 데쿠종 퓌블리시스 프랑스법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모성보호 제도는 오랜 역사 속에 확고하게 정착된 상태”라며 “특히 젊은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기 때문에 육아 지원 프로그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공공 육아제도에서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채워주기도 한다. 프랑스 방산기업 탈레스는 직원들이 어린이집에서 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면 ‘솔루 크레슈’ 제도를 가동한다. 회사와 계약된 어린이집에 미리 확보해 둔 자리를 직원들과 연결해 주는 것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