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다시 ‘1.0대’로] 툴몽 佛 국립인구硏 연구실장 “韓, 승진-처우 불이익에 출산 포기 직장내 성 불평등 해소도 필요”
“유럽 국가들을 연구해 보니 가족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확산된 곳이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인구전문가 로랑 툴몽 국립인구연구소(INED) 연구실장(사진)은 8일(현지 시간) 파리 외곽에 있는 INED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유연한 가족제도 확산’과 ‘직장 내 성 불평등 해소’를 한국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툴몽 실장은 “프랑스는 기혼이든 비혼이든 ‘자녀가 있는 가족’이면 동일하게 우선 지원 대상이 된다”며 “한국도 비혼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고 정책적 지원을 제공해야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툴몽 실장은 “한국의 경우 여성들이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돌봐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직장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같더라”며 “한국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성의 역할이 아직 바뀐 사회에 맞게 변화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 남성 직원에게 긴 출산 휴가를 주는 사례를 소개하며 “남자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툴몽 실장은 INED에서만 39년간 출산율의 결정 요인, 비혼 가정의 증가 등 가족 구조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아시아 인구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 저출산 문제에도 조언해왔다.
최근 인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1억 원 이상’을 약속하는 등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것을 두고선 “보조금은 저출산 대책의 일부일 뿐”이라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저출산을 반등시키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툴몽 실장은 한국의 경우 집값과 사교육비가 결혼과 출산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프랑스에선 큰 문제가 안 된다고도 했다. 취약계층에게도 정책적으로 주택이 공급되기 때문에 집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도 공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교육은 국가의 몫’이란 인식이 강하다”며 “공교육을 폭넓은 계층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덕분에 사교육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도 프랑스와 한국의 차이”라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