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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1개 준조세 전면 재검토… 野 “총선앞 감세로 표심잡기”

입력 | 2024-01-17 03:00:00

공익사업 재원용 부담금 올 24조원
尹 “준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 많아”
영화티켓-출국납부금 등 손질할듯
“효과 미미-세수감소 우려”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환경오염을 막거나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긍정적인 부담금도 있지만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며 현행 91개 부담금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 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기획재정부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준조세’ 지적을 받으면서도 계속 덩치가 커지며 올해 24조6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법정 부담금 제도가 1961년 제도 도입 이래 63년 만에 전면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행위에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부담금이지,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어 “환경 오염을 막거나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긍정적인 부담금도 물론 있지만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이용자에게 조세와는 별도로 걷는 비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부담금 징수 계획은 총 91개 항목, 24조6157억 원이다. 부담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금액이 12.7% 늘었고 항목도 1개가 추가됐다. 윤 대통령은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담금 개편은 민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올해 진행할 부담금 평가에서는 영화상영관 입장권부과금이나 국제교류기여금, 출국납부금 등이 우선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 입장권 가격의 3%인 입장권부과금은 영화발전기금 조성에 쓰이는데 영화 관련 사업자들이 내야 할 돈을 관람객이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여권을 발급할 때 1만5000원(10년 유효 복수여권 기준)씩 부과되는 국제교류기여금, 출국자에게 1만1000원이 부과되는 출국납부금 역시 비슷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8월 ‘법정부담금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이들 3개 부담금은 물론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국민건강증진 부담금, 지하수이용 부담금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정된 부담금 점검, 평가를 신속히 추진해 올해 안에 개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실제 폐지할 수 있는 부담금의 규모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담금이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폐지할 경우 결국 세금으로 이 구멍을 메꿔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올해 부담금 수를 부처별로 보면 환경부가 20개로 가장 많고 이어 국토교통부 16개 , 산업통상자원부 9개 등인데 부담금 개편을 위해서는 이들 부처와의 협의는 물론 법 개정도 필요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담금을 재원으로 쓰는 공공기관 중에는 시장과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 줄어들면 결국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걷힐 부담금 가운데 18조 원이 중앙정부 기금에 활용될 예정인데 이는 올해 전체 기금 예산의 8.3%에 이른다.

총선을 앞둔 정부가 ‘민생’을 외치며 부담금까지 없애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감세를 통한 표심 잡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완화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증시 개장식을 찾아 시행 1년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1400만 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 표심을 공략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꺼내 든 총선용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정이 총선을 위한 도구로밖에 보이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