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준연동형 기울자 공방 격화 與 “비례연합 꼼수… 야바위판이냐, 21대 총선 준연동형은 실패한 실험” 野 “한쪽 방식 ‘꼼수’ 규정 옳지 않아… 후보 난립 않도록 보완책 검토중”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스1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6일 “선거가 야바위판도 아닌데, 무슨 페이퍼컴퍼니도 아니고 위성정당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기울자 ‘위성정당 꼼수’를 막기 위해 병립형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제 와서 병립형으로 돌아가기는 좀 곤란한 상황”이라며 “제3지대 연대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도 결국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총선이 85일 남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이달 말까지 선거제를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이해관계에 따른 셈법이 복잡해 결국 막판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윤재옥 “선거판이 야바위판이냐”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제는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워야 하고, 민의를 명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그래야 정당이 내세운 정책과 공약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경쟁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2016년 20대 총선까지 적용된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2020년 21대 총선 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채우지 못하면 비례대표로 부족한 의석수를 채워주는 연동형을 제한적으로 적용해 47석 중 비례 의석 30석만 채워줬다.
윤 원내대표는 “21대 총선은 실패한 정치 실험이었다”며 민주당 계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이후 민주당에 합당한 것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례연합정당을 결성하자는 ‘개혁연합신당’ 주장에 민주당 내에서도 찬성 의견이 나온 것을 언급하며 “비례연합정당은 결국 선거가 끝나면 갈라질 운명으로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야합을 통해 의석수를 늘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국민 눈을 가리고 자기들끼리 의석 나눠 먹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의원총회에서 병립형 회귀를 당론으로 정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민주당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 4개월째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당 내부에선 “자칫 지역구는 국민의힘에, 비례대표 정당 투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등에 분산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며 준연동형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민주당 “병립형도 순기능만 존재 안 해”
민주당은 윤 원내대표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병립형이라고 순기능만 존재하지 않는다”며 “여러 가지 대안을 폭넓게 논의해야지 한 가지 주장을 ‘꼼수’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했다.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비례연합은 위성정당과 달리 민주당이 주도하지 않고, 그 때문에 민주당이 비례 순번 지정에도 관여하지 않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지도부 내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의총을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언론에서 비례대표제를 병립형과 준연동형을 반씩 한다고 마치 민주당 안인 것처럼 보도해서 유감스럽다”며 “민주당이 제안한 게 아니라 정개특위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하고 협의할 수 있는 안이라고 해서 양당 원내대표에게 제안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아무리 포장을 해도 결국 비례연합정당도 근본적으로는 위성정당이나 다름없다”며 “자격 없는 후보들이 난립하지 않도록 연동형 의석에 ‘캡’을 씌우는 등의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야권 소수 정당들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연대 문제가 야권비례정당 창당의 변수가 될 조짐이다. ‘개혁연합신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은 다음 달 항소심 이후에야 연대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어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