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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박찬욱 덕분에 한국이름 자부심”… 이성진 감독, ‘소니 리’ 버리고 본명 사용

입력 | 2024-01-17 03:00:00

[‘성난 사람들’ 에미상 8관왕]
“미국인들 이름 발음 노력 인상적”



이성진 감독이 15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피코크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사람들‘(BEEF)로 감독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16.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나도 미국 이름 말고 이성진이라는 한국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각본을 쓰고 연출, 제작까지 맡은 이성진 감독(43)은 지난해 8월 서울 국제방송영상마켓에서 “미국인들이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부를 때는 조금이라도 더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봉 감독의 활약을 계기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3∼5학년을 보낸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미국인들은 ‘이성진(Lee Sung Jin)’이라는 한국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숙제를 낼 때 ‘소니 리(Sonny Lee)’라는 영어 이름을 썼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2003년 졸업하고, 2008년 미국 월트디즈니 계열 케이블 채널 FXX 드라마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에 각본가로 참여할 때도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2019년 ‘투카 앤드 버티’ 각본을 쓰면서부터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주연 ‘대니 조’로 열연한 스티븐 연(연상엽·41)도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2016년 결혼한 그의 아내 조아나 박(박은경)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스티븐 연은 2009년 연극 무대에 서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는 2017년 개봉한 봉 감독의 ‘옥자’에 출연하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 한국계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2020년 영화 ‘미나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극 중 대니의 동생인 ‘폴 조’ 역의 영 마지노, 대니의 사촌형 ‘아이작 조’ 역의 데이비드 최도 한국계 배우다. 조연인 에드윈(저스틴 민), 베로니카(앨리사 김), 나오미(애슐리 박)도 한국계 배우들이 연기했다. 극 중 일본계 ‘조지 나카이’를 연기한 조셉 리도 2018년 KBS 2TV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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