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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자금 신청 도와줄게 50% 떼줘”…中企·소상공인 컨설팅 ‘주의보’

입력 | 2024-01-17 09:45:00

서울 시내의 한은행. 뉴스1


#1.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정책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중진공 관계자와 상담했으나 최근 융자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내년 재신청을 권고받았다. 이후 전문가라는 B씨가 접근해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업무 대행을 위한 수수료를 요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진공에 확인한 A씨는 B씨의 제안이 허위임을 알게 됐다.

#2. 자영업자 C씨는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와 상담을 진행하던 도중 D씨의 도움을 받으면 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D씨는 성공보수로 대출 결정 금액의 10%를 C씨에게 요구했으나 C씨는 이 같은 행위가 ‘제3자 부당개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자금 신규 공고가 시작되면서 민간 컨설팅 업체의 홍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업자가 정책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는 행위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사안에 따라 사업자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올해 신규 정책자금 공고를 전후로 컨설팅 업체들의 홍보 게시물이 사업자 커뮤니티, SNS 등에 다수 게재되고 있다.

정책자금 신청이 낯선 자영업자들은 컨설팅 업체들이 광고하는 ‘성공 보장’ ‘무료 상담’ 등의 문구에 현혹되기 쉽다. 경영 악화로 고통받는 사업자들은 오히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관련 업체를 먼저 찾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사업자를 현혹하는 일부 업체들의 경우 정책자금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3자 부당개입’ 등 정책자금을 부당 수령할 경우 행위자는 형사고발·자격정지·정부사업 참여 제한 조치를 받고 개입된 중소기업은 자금 회수 및 3년간 지원이 제한된다.

중기부는 ‘제3자 부당개입’을 ‘정책자금 신청업체에 재직하지 아니하면서 정책자금 신청·대출 과정에서 사업자의 피해를 유발하고 정책 목적을 훼손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사업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대표 사례로는 컨설팅 업체와 성공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선지급했으나 대출에 실패 뒤 선지급금을 반환하지 않는 행위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재무제표 분식, 사업계획 과대포장 등 허위로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수령한 경우 △지원 자격이 안 되는 기업에 대출을 약속하고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 △정부 및 공공기관에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며 정책자금 성공을 약속하고 착수금을 받는 경우 △신청 대행을 약속하고 보험 가입을 강요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정책자금을 둘러싼 컨설팅 업체의 부당행위는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로 등장할 만큼 해묵은 문제지만 ‘컨설팅’과 ‘브로커’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 완전한 차단은 녹록지않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중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중진공에 접수된 정책자금 브로커 피해 신고는 47건이지만 그중 조치가 이뤄진 것은 15건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정책자금에 선정돼도 금액의 50%를 가져가고 여기에 또 수수료를 떼어가는 등 (중소기업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기부와 중진공은 컨설팅 업체의 개입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인 만큼 최대한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자 스스로 정책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관련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진공은 지난해 3월부터 정책자금 신청 체계를 디지털화해 중소기업의 접근 편의성을 높였고 정책자금 접수 완료 후에는 관련 책자 및 유튜브 영상 등을 링크로 제공해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같은 해 6월부터는 전국 33개 지역지부에 ‘정책자금 제3자 부당개입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또한 정부 기관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 행위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있다.

중진공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정책자금 신청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컨설팅 업체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해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대책 마련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