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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창원·제주·민노총 간첩단’ 하부망만 70명 넘는데…경찰 수사인력은 20명도 안돼

입력 | 2024-01-17 14:34:00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올해부터 경찰로 넘어가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이 집중 수사해 온 ‘창원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제주 ㅎㄱㅎ’ 하부 조직 등에 대한 수사도 경찰이 넘겨받았다. 북한 공작원에 보낸 ‘대북 보고문’에 따르면 이들 단체의 핵심 구성원은 하부망으로 직접 거론된 인사들만 7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 수사를 맡은 경찰 인력은 현재 기준 20명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국정원과 합동 수사하던 소규모 경찰 인력들만 이 사건들을 맡아 수사하고 있다는 것. 간첩 수사를 전담하게 된 경찰 안보수사단은 아직 그 진용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대공수사권 이전으로 간첩 수사 공백이 벌써부터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창원 ‘자통’, 제주 ‘ㅎㄱㅎ’의 하부망으로 활동한 혐의로 강제수사가 개시된 피의자들 사건을 지난해 말까지 경찰로 이첩했다. 강원, 충청, 경남 거제 등 전국 각 지역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는 단체 핵심 구성원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전국 단위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사안으로,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올해부터 이를 맡고 있는 수사 인력은 크게 줄었다. 기존 국정원·경찰 합동수사팀에서 국정원 직원이 빠진 채 경찰 인력만 운용되고 있기 때문. 규모는 2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피의자 1명을 수사할 때 2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되곤 했다”며 “(자통 사건 등은) 국정원이 수사의 키를 쥐고 있었던 사건인 만큼 경찰이 사건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경찰 로고. 뉴스1

국정원 직원들을 대거 경찰로 파견 보내는 것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국정원은 “파견 직원은 경찰이 공조 요청한 사항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수행할 계획”이라고 했고, 경찰도 “기관 간 소통을 조율할 협력팀 외 추가 파견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올해부터 간첩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새로 꾸려진 경찰 안보수사단은 예정된 인력 142명 중 절반에 가까운 80여 명만 충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로 예상되는 경찰 인사 이후에야 인원이 충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