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올해부터 경찰로 넘어가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이 집중 수사해 온 ‘창원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제주 ㅎㄱㅎ’ 하부 조직 등에 대한 수사도 경찰이 넘겨받았다. 북한 공작원에 보낸 ‘대북 보고문’에 따르면 이들 단체의 핵심 구성원은 하부망으로 직접 거론된 인사들만 7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 수사를 맡은 경찰 인력은 현재 기준 20명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국정원과 합동 수사하던 소규모 경찰 인력들만 이 사건들을 맡아 수사하고 있다는 것. 간첩 수사를 전담하게 된 경찰 안보수사단은 아직 그 진용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대공수사권 이전으로 간첩 수사 공백이 벌써부터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창원 ‘자통’, 제주 ‘ㅎㄱㅎ’의 하부망으로 활동한 혐의로 강제수사가 개시된 피의자들 사건을 지난해 말까지 경찰로 이첩했다. 강원, 충청, 경남 거제 등 전국 각 지역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는 단체 핵심 구성원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전국 단위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사안으로,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올해부터 이를 맡고 있는 수사 인력은 크게 줄었다. 기존 국정원·경찰 합동수사팀에서 국정원 직원이 빠진 채 경찰 인력만 운용되고 있기 때문. 규모는 2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피의자 1명을 수사할 때 2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되곤 했다”며 “(자통 사건 등은) 국정원이 수사의 키를 쥐고 있었던 사건인 만큼 경찰이 사건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직원들을 대거 경찰로 파견 보내는 것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국정원은 “파견 직원은 경찰이 공조 요청한 사항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수행할 계획”이라고 했고, 경찰도 “기관 간 소통을 조율할 협력팀 외 추가 파견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올해부터 간첩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새로 꾸려진 경찰 안보수사단은 예정된 인력 142명 중 절반에 가까운 80여 명만 충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로 예상되는 경찰 인사 이후에야 인원이 충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