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 14곳 탄소중립 경연대회 동국대팀, 롤스크린 아이디어 최우수상 ‘시스템 변경’ 교내 서명운동도 벌여 “우수 아이디어 지역 사회 확장할 것”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시내 다른 학교들과 환경을 주제로 콘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활동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15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손세민 씨(23)가 이렇게 말했다. 손 씨가 부대표로 있는 동국대의 환경 동아리 ‘에코코’는 이달 서울시가 개최한 ‘탄소중립 콘테스트 2기 캠퍼스 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손 씨는 “탄소중립을 주제로 하는 활동은 많지만 학교 단위로 경쟁하는 경연이라 서로 배우는 게 많을 것 같아 지원했다”며 웃었다.
● 롤스크린 설치 아이디어에 서명운동까지
청년이 주도하는 탄소중립을 위해 서울시가 서울 소재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탄소중립 실천콘테스트 2기’가 11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대회 결과 최우수상에 동국대, 우수상에 이화여대, 장려상에 고려대와 한양대가 선정됐다. 이번 콘테스트는 지난해 7월 서울시가 참여 공동체를 모집하며 시작됐다. 참여 대학생은 총 200명으로, 14개 대학에서 참여했다. 동국대 에코코 팀은 바이오환경과학과에 재학 중인 장준영 대표(24)가 콘테스트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하며 처음 모였다고 한다. 에코코는 친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에, 동국대 마스코트인 코끼리를 합친 말이다.
이들은 현장조사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문제점들을 파악했다. 손흥서 씨(21)는 “현장조사를 다니다 편의점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달려있는 롤스크린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생활협동조합과 편의점 본사와 연락하며 교내 편의점 3곳에 롤스크린 설치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또 비오는 날 건물 15곳 중 2곳만 빗물제거기가 설치된 사실을 파악해 학교 측에 추가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내에서 탄소 다배출 시스템 변경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던 걸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한 달간 에코코 팀의 활동 내용에 대해 학생과 교직원 758명에게 설명하고 서명받았다. 학교 측에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게 동국대 구성원 전체의 뜻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총장 면담해 ‘탄소중립’ 선언 서약 받아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교내 시스템 변화로 이어졌다. 에코코 팀은 윤재웅 동국대 총장을 면담해 2024년까지 탄소중립 선언을 하겠다는 서약을 받았다. 또 환경부가 기후환경 관련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그린리더십 인증 교과과정’을 교내에 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장 씨는 “실제로 총장 면담 기회가 주어질 줄은 몰랐다”며 “서명운동을 통해 모인 구성원들의 뜻을 가져갔더니 총장께서 우리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에코코 팀은 이번 경연을 시작으로 향후 교내 탄소중립 동아리를 넘어 민·관·학이 협력할 수 있는 ‘탄소중립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대영 씨(20)는 “이번 활동에서 학생들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며 “기업과 학교, 서울시 등 공공기관이 함께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은 만큼 에코코를 ‘탄소중립 플랫폼’으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번 경연 대회 우수팀의 실천 아이디어를 검토해 향후 시민 캠페인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우수한 아이디어가 대학 캠퍼스를 넘어 지역사회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