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포을에 출마하기로 한 김경률 비대위원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당 인사회를 마지막으로 지난 2주 동안 이어온 전국 순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김경률 비상대책위원이 출마한다고 직접 공개했다. 한 위원장은 김 위원장에 대해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띄우고 나서자 “낙하산 공천 예고편”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민주당 정청래가 있다.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서울에서 통쾌한, 흥미진진한, 놀랄 만한 선거를 하겠다”며 김 비대위원을 소개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 비대위원은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이후 야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김 비대위원은 단상에 올라 “낡은 시대와 이념을 청산하라는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약속한다.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에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며 한 위원장이 출마를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손을 잡고 함께 들어올렸다.
그러나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에선 “사실상 전략공천”이라며 반발했다. 마포을 당협 관계자는 현장에서 “당협위원장이 버젓이 있다”고 고함을 쳤고 원외 당협위원장인 김성동 전 의원은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김 전 의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발표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고 했다. 당내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의 내리꽂기식 공천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동훈표 시스템 공천’ 도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한 위원장의 입으로 시스템을 다운시킨 셈”이라고 비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