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설관리공단으로 운영권 이관… 계약 방식이 개별 공개 입찰로 변경 입찰 탈락 땐 30년 운영한 가게 잃어 상인 “입찰 철회하고 계약 연장을” 시 “허가 기간 만료돼 연장은 불법”
16일 대전시청 남문 앞 광장에서 중앙로 지하상가 비상대책위원회 상인 10명이 공개 입찰 철회와 사용기간 연장을 주장하며 삭발 시위를 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대전 원도심의 대표 상업 시설인 중앙로 지하상가 운영권이 민간 상인회에서 대전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되면서 점포 운영 방식을 놓고 양측이 갈등하고 있다. 운영권이 대전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오면 그동안 경쟁이나 입찰하지 않고 이뤄진 수의 계약 방식이 개별 공개 입찰로 바뀐다. 상인들은 “공개 입찰에 떨어지면 가게를 포기해야 한다”며 1994년에 시와 맺은 협약서를 바탕으로 공개 입찰 철회와 사용기간 연장을 주장하며 삭발 시위로 맞서고 있다.
16일 오후 중앙로 지하상가 비상대책위원회 상인 600여 명(경찰 추산 300여 명)은 시청 남문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유수환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연합회장 등 10명은 집회 현장에서 삭발을 하며 시의 입찰 통보 철회와 사용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비대위 측은 “대전시가 중앙로지하상가와 맺은 협약서에 ‘유상 사용을 조건으로 사용 기간을 연장해 줄 수 있다’는 조항(21조 2항)이 포함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9년과 마찬가지로 유상 사용 방법으로 2024년부터 5년 동안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 유 회장은 “외환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널을 버티며 30년 동안 지하상가를 지켰다”며 “갑작스러운 공개 입찰 통보는 상인을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온 상인들은 ‘약속을 이행하라’, ‘생존권을 보장하라’, ‘졸속행정 철회하라’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일부 상인들은 잔디밭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기도 했다.
시는 상인들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법 때문에 공개 입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1일 각 지하상가 점포에 계약 만료 공문을 보냈다. 지하상가는 시 소유 공유재산인 만큼 1994년 이후 30년 동안 사용 협약기간이 끝나 대전시설관리공단이 관리 운영을 맡게 됐고, 권리금 같은 비정상적인 운영을 없애는 동시에 일반 경쟁입찰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상(21조) 사용허가 기간이 최대 30년이기 때문에 사용 기간 연장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1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최대한 계약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하상가는 대전시민의 재산이고 관련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