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로 투자 얼어붙어 증권사들 작년 수익 쪼그라들어 국내 부동산PF 대출 6조2000억 CEO 교체 등 위기대응 총력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국내 증권업계가 얼어붙었다. 투자심리 악화와 국내외 부동산 투자 부실의 충격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을 1조 원 이상 달성한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증권업계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수장을 교체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 증권사 1조 클럽 실종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상장 증권사 7곳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 원이 넘는 증권사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가 1조 원에 근접한 938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뿐 나머지 증권사는 9000억 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2차 전지를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국내 증시가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차갑게 식으면서 증권사들의 수익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7월 일평균 27조 원을 넘었던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8월 22조 원, 9월 19조 원을 거쳐 10월엔 14조원 대로 급락했다. 부동산 PF나 해외부동산 관련 충당금을 쌓기 시작한 것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
● 조직 재정비로 체질 개선 나서
증권업계 불황은 올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시작으로 부동산 PF 부실 위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들이 보유한 국내 부동산 PF 대출은 6조2000억 원 정도다. 연체율도 13.85%로 전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해외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 대체투자 손실 가능성이 큰 것도 증권사 실적 하락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로 인한 피해 규모를 얼마로 책정할지도 변수다.
증권사들은 위기 대응을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등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은 CEO를 교체하고 인사 작업을 마무리했다. NH투자증권도 3월 정영채 사장의 임기 만료를 기점으로 내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조직 개편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이나 대체투자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의 조직을 강화하면서 수익성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