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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복, 자연산과 양식의 결정적 차이점[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07〉

입력 | 2024-01-17 23:33:00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 배를 부풀린 모양이 돼지를 닮아 하돈(河豚·하천의 돼지)이라 불렀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복어 중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어종이다. 황복은 강한 독성 탓에 조선의 백성은 먹지 않고 버렸다. “나는 선조의 유언으로 복어를 먹지 말라는 경계를 받았으니 어찌 입에 대겠는가. 우리 선조 강계 공께서 유훈을 남겨 자손에게 복어는 절대 먹지 말라고 하였다.”(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 중) 자손에게 유훈을 남길 정도로 옛사람들에게 복어 독은 두려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또 같은 서책에서 “참된 맛이지만 입에 대면 죽으니, 그 맛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간혹 복어 독의 위험을 알면서도 먹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수달은 물고기를 좋아해서 동자개나 자가사리와 같은 크고 작은 물고기를 가리지 않고 즐겨 먹지만 하돈만은 절대 먹지 않으니 독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날 목숨을 버려 가면서까지 하돈을 먹는 사람은 사람이면서 수달만도 못한 어리석은 자들이다.”(서유구, ‘난호어명고’ 중) 이와는 반대로 복어 독의 위험을 감내하고 먹을 만한 가치가 있음을 노래한 사람도 있다.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소동파는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 했다. 복어 요리를 쉽게 접하는 현대인은 수긍하기 어려울 듯하다.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죽음과 맞바꿀 정도의 맛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간담을 서늘케 하는 음식을 먹으며 느낀 공포감이 맛에 더해진 표현일 터.

황복은 난소와 간장 등에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치명적인 맹독이 있으나, 정소와 근육에는 없다. 중독되면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정상적인 신경전달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해 호흡정지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복어 독은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게 아니라 섭취하는 먹이를 통해서 체내에 축적된다. 양식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을 만들 수 없는 사료를 먹고 성장하므로 독이 없다.

황복은 임진강과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 파주, 김포, 고양, 인천 강화에서 집중적으로 잡힌다. 임진강 어민들은 “철쭉이 피면 황복이 올라온다”라고 말한다.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산란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 바닷물 영향을 받지 않는 상류의 자갈 깔린 여울목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치어는 2개월을 강에 머물다가 바다로 향한다. 어린 물고기, 새우, 게, 패류 등을 먹이로 삼아 3년 정도 살다가 강으로 회유해 산란하는 소하성 어류다. 다 자라면 45cm 내외가 된다.

황복의 개체수는 한때 급격히 줄었다. 파주·김포·고양 3개 지자체의 꾸준한 치어 방류 사업으로 효과를 보고 있으나, 여전히 고가에 거래된다. 양식 황복은 자연산 황복에 비해 절반 가격인데 이 역시 쉽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성장 속도가 느려 채산성이 낮고, 까다로운 양식 기술 등으로 충분한 양이 출하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몇 년 전 강화도 포구를 조사하며 황복 마을로 지정된 창후리 포구를 자주 방문했다. 그해에는 어획량이 줄어서 가격이 폭등했지만 눈 딱 감고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다. 올해 초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으로 발령받은 소식을 접한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다. “황복, 웅어, 민물장어, 참게는 원 없이 먹겠네.” 글쎄, 원 없이 먹기에는 아직은 양식 황복의 가격조차 만만찮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