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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학교는 다르다는 것 알아야… 문제 행동 보이면 빨리 상담을

입력 | 2024-01-18 03:00:00

자녀 ‘문제 행동’ 예방 Q&A
‘학교는 규칙 따라 행동하는 곳’… 인정하고 수용하도록 가르쳐야
공격적 행동은 전문 상담 필요… 연령 낮을수록 더 확실하게 개선




《지난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학교 폭력이 교권 침해로 이어지는 등의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정서적 문제가 있거나 문제 행동을 일삼는 학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들 학생의 행동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학급 내 다툼 및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대규모 교사 집회의 계기가 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배경에도 일부 학생의 반복적 문제 행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학기를 앞두고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현직 초중등 교사와 전문상담교사에게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과 관련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알아두면 도움이 될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문제가 되는 행동은 어떤 것들인가.

“문제가 되는 행동은 자신과 다른 학생 학업에 지장을 주거나, 친구·교사와의 상호 작용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교실에는 ‘말 안 듣는 학생’이 존재했다. 하지만 개별 학생의 문제 행동의 원인에 대한 교육 현장의 고민은 부족했다. 2010년 이후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는 학생의 비정상적 행동을 학생의 심리적·정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또 많은 교사들이 문제 학생들의 치유와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현재 모든 학생은 학교에서 3년 주기로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받는다. 초등학교의 경우 이 검사에서 보통 한 반에 3명 이상이 ‘관심군’으로 분류된다.”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특징이 뭔가.


“상대방 욕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갈등을 일으키고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일부는 유아기 때부터 정서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양육 환경이 조성됐을 수 있다. 예전에는 양육이 대부분 가정에서 이뤄졌지만, 요즘은 일찍부터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는 탓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를 거치며 발달 단계에 맞는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문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가정에서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학교와 가정은 다르다는 인식을 먼저 심어줘야 한다. 한 자녀를 둔 가정이 워낙 많다 보니 학생들은 자신의 욕구가 바로 채워지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규칙에 따라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친구와 교사가 수용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 친구나 교사로부터 원치 않는 부탁을 받았을 때 참고 수용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경험을 통해 많은 걸 배워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문제 행동이 상담을 통해 개선될 수 있나.

“그렇다. 예를 들어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학생은 학부모가 상담교사에게 전화해 자녀의 공격적 행동과 분노조절 장애로 양육이 힘들다고도 했다. 이에 교내 전문상담실인 위클래스에서 해당 학생에게 분노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올바르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진행했다.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적힌 카드를 학생에게 제시하고, 각각의 분노 상황마다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지 스스로 찾게 했다. 해소법은 숫자 세기, 노래 듣기 등으로 다양하게 정했다. 10주간 상담을 진행한 뒤 이 학생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처럼 학교와 부모가 함께 문제 행동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연령이 어릴수록 더 확실하게 개선될 수 있다.”

―집에서 시도할 수 있는 행동 조절 훈련이 있나.

“상담실에서 행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과 하는 활동이 청기백기 게임, 숨은그림·미로 찾기, 특정 리듬을 반복해서 따라 해보기 등이다. 순간적인 집중력과 충동 조절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가정에선 아이가 충동성을 조절하지 못할 때 부모가 함께 숫자를 세어주거나,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눈에 보이는 계획표로 만들어 단계별로 실천하도록 도울 수 있다. 학교 위클래스에서 주 1회 40분 만나는 것만으로는 개선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가정에서 학부모가 일관되게 함께 노력한다면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문제 학생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

“정서·행동 특성 검사 결과에 따라 학교에선 학부모에게 여러 지원을 해준다. 심층 평가도 무료로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원이나 심리치료센터와도 연계해 준다. 그럼에도 일부 학부모는 외부 기관의 치료가 자비 부담인 데다, 맞벌이라 방문할 시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일부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길 원치 않아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가 마음을 열고 아이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집중할수록 치료도 빠르다. 문제 행동은 최대한 빨리 대처해야 개선하기도 쉽다. 치료가 지연되면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문제 행동이 고착화될 수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