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다시 '1.0대'로] 獨 인구연구소 부야르트 부국장 남성 육아 강조 사회 분위기 조성 여성 승진 등 불이익 주지 말아야
“독일 출산율 반등에는 이민 문턱이 낮아지면서 유입된 가족 단위 이주민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독일 내무부 산하 연방인구연구소(BiB) 마르틴 부야르트 부국장(사진)은 3일(현지 시간) 헤센주 비스바덴 BiB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도 출산율을 올리려면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2022년 신생아 74만 명 중 25.9%가 외국인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다.
부야르트 부국장은 이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직장 내 분위기 변화’를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독일 기업은 직원이 대여섯 명뿐이라도 육아휴직을 당연한 권리로 보장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업무 공백이 생길 경우 이를 보완해 주는 정부의 금융지원제도 등이 잘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공급했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아이를 시설에 맡기고 직장에 출근하는 건 좋은 엄마가 아니다’라는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부야르트 부국장은 “결국 여성이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남성과 함께 키우는 것이란 인식 변화가 필요했다”며 “남성의 육아휴직을 늘리고 미디어들도 남성 육아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 여성의 경력 단절 요인을 없애기 위해 유급육아휴직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대신 남성이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을 늘려 부부가 함께 최대 14개월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08년 21.2%에 그쳤던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0년 43.7%로 늘었다.
부야르트 부국장은 “대표나 임원 등 핵심 직책을 맡은 사람들이 먼저 육아휴직을 쓰면서 모범을 보이는 게 직장 문화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며 “여성들이 육아를 선택하면서도 직장 경력에서 손해를 보지 않게 되면서 고학력 직장 여성들의 출산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17일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업체가 45.6%에 달했다. 절반 가까운 기업에서 육아휴직 사용 기간만큼 승진이 늦어진다는 뜻이다.
비스바덴=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