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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주가상승은 마약, 경제 역풍 여전”…솔로몬 “인플레 고착화 우려”

입력 | 2024-01-18 13:05:00

월가 거물들 “시장 과도한 조기 금리 인하 기대 금물”
다이먼 “경제 강력한 역풍 2년 지속”
“비트코인 하지 말라” 경고도
美 소비 강력 -英 인플레 재상승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 AP뉴시스

“주가가 오르면 마약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모든게 잘 될것 같지만…이는 실수다.(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미 기준금리가 올해 7차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는 과도…인플레 고착화 우려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 삭스 CEO)”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미 월가 거물들이 잇달아 세계경제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미국에서 12월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강세로 나타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위축시킨 가운데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경고가 이어진 것이다.



● “시장 너무 나갔다” 경고론 확산

다이먼 회장은 “주가 상승은 마약과 같다. 모든 게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는 실수”라며 “재정 부양책이 너무 많았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2024년과 2025년 2년간 경제에 미칠 강력한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하며 연준의 양적긴축, 중동 전쟁, 홍해 위기 등을 우려스러운 역풍으로 꼽았다. 미 월가 최장수 CEO로 영향력 있는 거물로 꼽히는 다이먼 회장은 수년 동안 지정학적 갈등을 우려해 왔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갈등과 재정적자도 ‘강력한 역풍’으로 꼽았다. 다이먼 회장은 “1980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35%였고, 경기침체라 재정적자 비율이 5%였다”며 “지금은 부채비율은 100%가 넘고 재정적자는 호황기인데도 6% 수준이다. 나라면 (현 경제상황에) 보다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제도권안으로 들어온 것과 관련해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미국은 자유 국가고 누구나 비트코인에 투자할 권리가 있있지만 개인적인 충고는 (비트코인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올해 7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의 전망이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지정학적 갈등을 비롯해 세계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미 경제는 훨씬 견고했다”며 “특히 노동, 식량, 에너지와 관련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고착화될 수 있는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히 성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 고위 인사들도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경고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올 여름 금리 인하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유보적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도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며 6월까지는 유럽 기준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 중인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도 “인플레이션 억제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美 소비 강세-英 인플레 재상승

인플레이션과 연관된 주요 지표들도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꺾고 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2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계절 조정치 0.6% 증가했는데 이는 11월(0.3%)보다 큰 폭으로 높아진 수치다. 시장 전망치(0.4%)다 크게 웃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들이 팬데믹 지원금 저축이 바닥나 소비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임금 상승과 물가 둔화가 이번에는 실질 임금 상승으로 구매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가 지나치게 강하면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이날 연준의 경기동향보고서인 ‘ 베이지북’에 따르면 미 고용은 다소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 소비가 강력한 것은 연준의 의도하는 경기 하강에서 멀어지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후티 반군 돌발 변수로 인해 중동 전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장기화되는 추세가 물가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영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0%로 전달의 3.9%보다 오히려 올라갔다. 영국 CPI가 다시 오른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 500과 나스닥 모두 0.6%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이는 2주 만의 약세 수준이다. 미 국채 금리도 일제히 4%를 넘어서 최근 한 달 동안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앞서 유럽 전역 증시를 반영하는 스톡스 유럽 600 지수도 이날 1.2% 하락 마감해 10월 말 이후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