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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대신 공유주거… “지역 커뮤니티 역할”

입력 | 2024-01-19 03:00:00

틈새 땅 개발해 젊은층-외국인 공략
“일반주택 월세 올라 가격경쟁력 확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복합주거시설 누디트 홍대 투시도. 네오밸류 제공


언뜻 닭장처럼 보이는 대규모 야외 골프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빌라촌 한가운데. 이곳에 최근 골프장 대신 나선형 공원과 지하로 움푹 들어가는 성큰 공간을 갖춘 복합주거시설인 ‘누디트 홍대’가 문을 열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공유주거 296실과 이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규모의 야외 공원이 생기며 일대 젊은층이 자유롭게 만나고 오가는 장소가 됐다.

누디트 홍대를 기획한 김신희 네오밸류 금융본부 상무는 “전세보다 진입이 쉽고, 홍대라는 특성이 있다 보니 거주자 5명 중 2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다”며 “3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유소와 야외골프장 등 도심의 ‘틈새 땅’을 공유주거 시설이 속속 차지하고 있다. 늘어나는 1인 가구와 외국인이 늘어나며 공유주거 수요가 확대된 데다, 최근 오피스텔 등의 월세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가격 경쟁력도 나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공유주거 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있던 한 주유소 자리에 20층 높이, 268실 규모 공유주거를 개발해 4월경 준공을 앞두고 있다. 홈즈컴퍼니는 2026년 입주를 목표로 중랑구 상봉동에 있는 한 주유소를 헐고 350채 규모 공유주거를 짓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공유주거 운영사인 MGRV와 손잡고 서울지하철 3호선 인근인 종로구 재동 주유소 자리에 2026년까지 공유주거를 지을 예정이다.

누디트 홍대의 경우 가장 면적이 넓은 G타입(전용면적 18.5㎡)은 3개월 이상 장기 투숙객 기준 보증금 200만 원, 월세 113만 원 수준이다. 서울 오피스텔의 경우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평균 월세가 80만 원이다. 보증금이 작고 공유오피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도 갖춘 것이다.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는 “강남의 대규모 땅으로는 땅값이 비싸 큰 수익을 내거나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라며 “강북, 특히 주유소나 골프장처럼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하던 유휴부지에 공유주거가 들어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