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직 경찰대 교수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근육을 키워 탄탄한 몸매로 변신한 그는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보디빌딩 노하우를 전수하는 ‘근육운동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제 지나온 삶을 성찰할 기회였어요. 장애인들을 돌보며 제가 너무 막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배 둘레가 106cm일 정도로 복부 비만이었어요. 고혈압 등 성인병 증상도 나타나고 있었죠. 술을 많이 마시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살기 위해선 술과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양종구 기자
“대회 출전은 근육운동 시작 2년 뒤부터 간헐적으로 했어요. 처음엔 창피당할까 두려워 나가지 못했죠. 입상보다는 참가에 의의가 있었죠. 그것도 1년에 한 번 나갈 정도니 발전이 없었어요. 그러다 미스터폴리스 대회에 나간다고 하자 집사람이 ‘그 몸으로 못 나간다’며 PT 받으라고 돈을 줬어요.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니 몸이 잘 만들어졌어요. 체중도 66.6kg까지 빠졌어요.”
살이 바로 빠지지는 않았다. 결국 먹는 것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부터 체중이 줄었다. 몸이 만들어지자 자신감도 생겼다. 대회 출전도 자주 했다. 지난해에만 7번 무대에 섰다. 그동안 총 14차례 대회에 출전했는데 지난해에만 그 절반을 나간 것이다. 순위는 주로 3∼4위였다. 박 교수는 지난해 8월 제주에서 열린 제1회 미스터폴리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50대 부문에서 4위를 했다. 미스터폴리스 대회는 그동안 경찰관들이 자체적으로 개최했는데 경찰청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대회에서 경찰 달력의 모델로 선발됐다. 경찰 최고령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 달력 모델 출연. 경찰 달력은 2018년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학대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경찰관들이 기획해 6년 연속 제작했다. 경찰 보디빌더들은 지난해까지 총 7000여만 원을 모아 학대 피해 아동 치료와 회복, 생계 지원 등을 위해 사랑의열매와 구세군 등에 기부했다.
박 교수는 근육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2016년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에서 운동처방학을 전공했다. 지난해엔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재활운동 강의를 들었다. 그의 하루는 새벽 5시 좀 넘어서 시작된다. 몸 풀고, 코어 및 복근운동, 밸런스볼 위 스쾃, 서킷트레이닝(고정식 자전거,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을 2시간 한 뒤 출근한다. 먹는 것도 철저히 관리한다. 10년간 술은 단 한 잔도 안 마셨다. 밀가루, 설탕, 튀김은 가급적 먹지 않는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땐 체중을 70kg으로 유지하고 있다. 술을 끊으면서 두 가지 좋은 점이 생겼다. 꽤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겨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박 교수는 퇴근한 뒤 2시간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상대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학생 보디빌딩 동호회 ‘득근(得筋)득근’을 지도하고 있다. PT를 원하는 교직원들을 따로 모아 주 2회 근육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경찰이 될 학생들에게 운동하는 습관을 키워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100세까지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