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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시간 난방 끊기고 천장에선 물 줄줄… 서울 양천-구로 일부 단지 ‘악몽의 하루’

입력 | 2024-01-19 03:00:00

가압장 밸브 파열로 온수공급 중단
3만7000여 가구 추위 속 덜덜
배관 식으며 연결부 문제 생긴 듯



서울 양천·구로구 일대 온수와 난방 중단이 이어진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가압장에서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들이 배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55분께 신정가압장에 설치된 펌프 가압장치 밸브에서 문제가 발생해 일대 3만8000여 세대의 온수 공급과 난방이 끊겼다. 2024.1.18/뉴스1 


“인덕션으로 물을 끓여서 겨우 샤워하고 출근했어요. 누수는 여전한데, 오늘 밤 전등도 못 켤 지경입니다.”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 중인 전모 씨(52)는 한숨을 쉬었다. 이 아파트는 전날 양천구 신정가압장 내부 밸브 파열로 난방 공급이 중단됐던 곳 중 한 곳이다. 이날 오전 6시경부터 해당 단지 내에서는 전 씨를 포함한 약 50가구에서 갑작스러운 누수 피해가 발생했다.

17일 오후 3시 54분경 가압장 내부 밸브 파열로 서울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3만7637가구에 중단됐던 온수와 난방 공급이 약 22시간 만인 18일 오후 2시경부터 재개됐다. 이번 사고는 가압장 내 펌프 우회관로의 고착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밸브를 조작하던 중 밸브 하단부가 파손되면서 발생했다. 이에 서울에너지공사는 파손된 밸브를 보수하며, 동시에 일반 가구로 바로 온수가 흘러 들어갈 임시 우회관로를 설치하는 등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난방 중단으로 일대 3만7000여 가구 주민들은 두꺼운 잠바로 한밤중 추위를 버티거나 새벽부터 물을 끓여 세수를 하는 등 불편함을 겪었다. 난방이 끊겼던 목동14단지 아파트 주민 권모 씨(64)는 “그나마 전기가 있어 (전기) 커피 포트로 6∼7번 반복해 물을 데워 머리를 감았다”고 전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이모 씨(55)는 “전기장판이 없어 오리털 잠바로 밤새 버텼다”며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본보 취재 결과 난방 공급이 끊겼던 아파트 단지 33곳 중 10곳에서는 누수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단지 2곳에서는 집 안까지 누수가 발생해 최소 100건의 주민 민원이 발생했다.

누수가 발생한 한 아파트의 시설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한 번도 누수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난방 공급 중단이 길어지며 배관 수축이 발생해 배관과 배관을 이어주는 ‘몰코’ 부위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에너지공사 측은 “열 공급이 재개된 만큼 (난방 공급이 중단됐던)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돌며 공급 재개 현황이나 누수 등 상황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사 측은 피해 가구에 한해 16일 치 난방 기본요금을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번 복구에는 200여 명의 인력과 굴착기·덤프트럭·배수펌프 등 15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서울시는 한파대피소 21곳을 확보했고 전기장판 3935개, 전기히터 600개, 응급구호세트 565개를 피해 지역 주민과 취약계층 등에 배부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