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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어둠속 선원 6명 구한 군경 합동작전

입력 | 2024-01-19 03:00:00

보령 앞바다 21t급 어선 한밤 전복
경비함 출동 했지만 육안식별 불가
긴급 합류한 軍, 열화상 카메라 수색
떠내려가던 선원까지 모두 구해



18일 오전 3시 15분경 충남 보령시 장고도 인근 해상에서 선원 6명이 탄 어선이 전복된 가운데 보령해양경찰서 해양경찰구조대가 출동해 선박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해경구조대는 군 당국과 협력해 선박 안에 고립된 1명을 포함해 모든 선원을 구출했다. 전복 당시 선박 안에는 약 3분의 1가량 물이 차 있었지만 고립된 선원은 에어포켓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해경과 군의 신속한 구조 덕에 목숨을 구했다. 충남 보령해양경찰서 제공


“선내에 사람 있습니까? 있으면 소리 좀 크게 질러 주십시오.”

18일 새벽 충남 보령시 장고도 인근 해상. 선원 6명이 탄 어선이 전복된 현장으로 출동한 이두환 보령해양경찰서 해양경찰구조대 팀장은 긴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팀장은 뒤집힌 선박 선미 부분에 있는 선원실에 구조자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선체를 두드리며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순간 ‘통통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박 내에 갇혀 있던 선원이 생존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구조대는 배 안에 선원 1명이 갇혀 있는 걸 확인하고 불안해하는 선원을 안심시켰다. 당시 선박 내부에 3분의 1가량 물이 차올랐지만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구조대는 절단기로 선체를 잘라내고 고립된 선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이날 기적 같은 구조 작전이 가능했던 건 군 당국의 협조 덕분이었다. 보령해경은 이날 오전 3시 15분경 보령어선안전조합국으로부터 장고도 남서쪽 1.3해리(약 2.4km) 해상에서 21t급 어선의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비함정과 구조대, 연안 구조정을 급파했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합류한 군 당국이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다가 전복된 선박을 발견했다.

이날 육군 32사단 해안감시부대는 김창곤 대대장 등 24명의 대원이 구조팀을 이뤄 해경과 구조작업을 함께 수행했다. 감시부대는 오전 4시 25분부터 본격적으로 구조현장에 투입돼 열화상 장비를 사용해 전복된 선박을 찾아냈다. 또, 해상에서 구조장비를 이용해 떠내려가고 있던 선원들을 식별하고 해경에 알렸다. 오전 6시 50분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철저하게 확인 작업을 벌였다.

해경은 당시 선박 근처 바다에 떠 있던 3명을 발견하고 구조했다. 이어 군 당국의 협조로 부표 위로 피신했던 2명을 찾아냈다. 선박 내에 고립돼 있던 1명까지 선원 6명을 전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된 일부 선원은 저체온증 증세를 호소했지만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보령해경은 사고 어선을 인양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보령해경 관계자는 “구조팀들이 선박 주변에서 다이빙 수색을 먼저 시작했고 침착한 대응을 통해 어선 안에 갇혀 있던 선원을 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사고대응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육군 32사단 해안감시부대는 지난해 10월 보령 대천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22명 전원을 검거하는 데도 큰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보령=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