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관측 방해하는 인공위성
2020년 6월 22일 기준 지구 상공에 떠 있는 스타링크 인공위성의 궤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 태양 빛 반사시켜 천체 관측 방해
게티이미지코리아
위성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태양 빛을 반사하면 지상에서도 확인될 만큼 밝게 빛난다. 이 때문에 특정 밤 시간대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망원경을 노출시켜도 수백 개 위성이 함께 촬영된다. 최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연구원은 “천체망원경은 천체의 모양을 선명하게 담기 위해 천체가 움직이는 속도를 쫓아가며 촬영하는데 인공위성이 촬영되면 화면에 흰 선이 그려져 방해가 된다”며 “위성이 움직이는 속도가 천체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찾아내는 광대역 탐사 망원경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대역 탐사 망원경은 빠른 속도로 넓은 범위의 하늘을 훑기 때문에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미리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남방천문대(ESO)는 2020년 4월 광대역 탐사 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 중 절반이 인공위성의 영향으로 부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천문학계, 자구책 마련 나서
상황이 악화하자 스페이스X는 위성에 검은 도료를 코팅해 반사율을 낮춘 ‘다크샛’ 등을 시험 발사했다.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는 빛 공해 규제를 촉구하는 국제천문연맹(IAU) 산하 전문기구 ‘CPU’와 카이퍼 위성의 밝기를 감시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협의를 맺었다.
천문학계는 근본적인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위성이 하늘을 지나가는 시간대에 천체망원경의 노출을 끄고 깨끗한 밤하늘을 골라 관측하는 방식이다. 최 연구원은 “위성의 경로나 활동 시간대는 공개돼 있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피해 망원경을 작동시킨다면 비교적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체 관측 데이터에서 인공위성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데이터만 추려내는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국내 천문학계는 아직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새 알고리즘에 따라 천체 망원경 인터페이스를 새로 구축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