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검사 민감도 획기적 향상 코로나19 부작용 원인 규명도
비침습적 방식인 혈액검사로 암 종양의 위치나 다양한 질병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샘플을 살피는 연구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비침습적 방식인 혈액 검사로 각종 질병을 진단하거나 그 원인을 확인하는 기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조직을 채취하는 조직 검사보다 간편한 방식으로 진단해 환자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엘렌 하이처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교수 연구팀은 암 종양을 발견하기 위한 혈액 검사의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연구 결과를 1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액체생검은 채취한 혈액에서 종양의 DNA 조각을 찾아 질병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조직 검사보다 환자 부담은 작지만 때로는 아주 많은 양의 혈액을 얻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아주 작은 DNA 조각은 혈액 속에서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수집한 혈액에서 충분한 DNA 조각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혈액을 분석해 밝혀지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원인을 발견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오누르 보이만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 연구팀이 같은 날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장기 부작용인 ‘롱코비드’의 원인으로 혈청단백질의 변화가 지목됐다.
코로나19 후유증이 발생한 환자들은 후유증을 앓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혈청단백질에서 응고나 조직 손상이 더 많이 발견됐다. 이는 염증 반응으로 이어졌다. 혈청에는 면역 항체나 각종 영양소, 노폐물이 함유돼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를 앓고 있거나 감염 이력이 있는 6596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1년간 혈액 구성의 변화를 관찰해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코로나 후유증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계는 간편하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혈액 검사의 다양한 활용법에 주목하고 있다. 데니스 로 홍콩중문대 교수는 2022년 산모의 혈액을 통해 태아 다운증후군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로 ‘미국판 생리의학상’인 래스커상을 수상했다. 로 교수에 따르면 비침습적 산전 검사의 현재 경제적 가치는 73억 달러(약 9조4316억 원)로 평가된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