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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밥 한끼도 안해… ‘尹 아바타’ 벗어나려는 한동훈[정치 D포커스]

입력 | 2024-01-19 03:00:00

비대위장 지명후 한달 ‘거리두기’
여권 “尹心으론 총선 어렵다 판단
용산에 머리 조아리지 않겠단 의미”
대통령실 “각자 할일 하는 구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18. 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1일 비상대책위원장 지명 이후 한 달이 됐지만 용산 대통령실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밥 한 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김기현 지도부 체제와 달리 대통령 관저 회동이나 당 4역 오찬도 없었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만난 것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가 유일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용산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회동 가능성에 대해 “비대위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고, 굉장히 바쁜 상황”이라며 “상황과 여건이 될 때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 “韓, 용산에 머리 조아리지 않을 것”

한 위원장은 새해를 맞아 2주간 전국 10곳에서 시도 당원들과 시민들을 만났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 신년 인사 일정이 대통령과의 만남보다 우선순위라는 뜻”이라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용산 대통령실과 당을 분리해서 보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처음으로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저는 양잿물도 마실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15일 전격 발표한 공천룰을 두고 ‘용산과 상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공관위원인 이철규 의원이 당과 용산 간 소통 경로는 맞겠지만 한 위원장에게 용산 의견이 닿지 않았다면 그건 소통된 게 아니다”라며 “한 위원장은 일각의 우려처럼 공천이 이 의원이나 용산 뜻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절차대로 이뤄질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다”고 했다. 공관위원 임명 당시에도 한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 지금 당을 이끄는 것은 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었던 한 위원장이 용산에 발길을 끊은 건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만으로는 이번 총선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당 관계자는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을 깨야 한 위원장도 당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수직적 당정 관계 해소 등이 총선 과제로 꼽히는 만큼 한 위원장의 정치적 성패가 용산과의 거리 두기에 달려 있다는 취지다.



● 대통령실 “각자 할 일 하는 구조”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1.17.


대통령실에선 일단 용산과 거리를 두는 듯한 한 위원장의 관계 설정 흐름에 대해 “국정의 두 핵심 축인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각자 할 일을 해 나가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 인사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하는 게 ‘수직적 당정관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도 당과 단순히 지시하고 따르는 수직적 관계로 설정하는 걸 바라고 있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기현 전 대표 체제에서 수직적 당정관계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조심하는 모습이다.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 속 등판한 한 위원장이 국면을 전환해 총선 승리의 기대감을 여권 전반에 불어 넣는 게 우선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은 원래 당을 중심으로 치르는 것”이라며 “총선을 지휘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신년인사회 등 전국 단위 일정을 당 대표 자격으로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굳이 서로 직접 만나야만 통하는 사이는 아니라는 기류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의 용산 거리 두기에 대해 반응이 엇갈린다. 한 중진 의원은 “전국을 돌면서 지지세를 확인한 만큼 더 이상 위기에 등판한 구원투수가 아니라 당에 승리를 안길 선발투수가 됐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용산과 만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한동훈=윤석열 최측근’이라는 이미지와 프레임을 떨쳐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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