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 동아일보-채널A 제정 제12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선정한 ‘제12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패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신현혁 소방위, 주진홍 경위, 윤종탁 경감, 이재원 경장, 신영환 경위, 윤희근 경찰청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뒷줄 왼쪽부터 양승춘 소방경, 김건남 경감, 이종욱 소방위, 백성욱 경위, 김창곤 중령, 문기호 중령.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제12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울 송파경찰서 윤종탁 경감(47)은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로 근무하던 2022년 9월 중국인 조폭 조직에 납치됐던 국민을 구해 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영예로운 제복상이 2012년 제정된 이래 해외 교민을 지킨 공로로 대상을 받은 이는 윤 경감이 처음이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 있는 국민 보호도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윤 경감은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 아니면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는 현지 교민분들을 생각했다”라며 “스무 시간이 넘는 대치 끝에 결국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낸 기억이 나를 아직도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윤 경감은 다음 달 말이면 말레이시아로 다시 해외 근무에 나선다. 국내에 2명뿐인 국제 공조 전문 수사관 중 한 명인 그는 “국제 공조 분야에서 최우수 수사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했다. 12회째를 맞은 올해에는 대상 1명, 제복상 6명, 위민경찰관상 2명, 위민소방관상 1명, 위민해양경찰관상 1명 등 11명에게 시상했다.
“국군외상센터가 내 최전선” 군의관 아빠… 아홉살 딸 “멋져요”
보이지 않는 곳서 국민 위해 헌신
경찰-소방관-군인 등 11명 수상
동료 잃은 소방관 “딛고 일어설 것”
작전중 부상 경찰 “현장 지키겠다”
경찰-소방관-군인 등 11명 수상
동료 잃은 소방관 “딛고 일어설 것”
작전중 부상 경찰 “현장 지키겠다”
“오늘 오전에도 수술을 하고 오는 길입니다. 바쁘고 힘들기도 하지만 ‘삶을 포기할 수도 있는 이들’을 구할 때는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선정한 ‘제12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 중령은 이날 시상식에서 영예로운 제복상을 수상했다. 문 중령은 2011년 최전방 경계부대(GOP)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한 것을 시작으로 장기 복무로 전환해 13년째 군의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군내에서 ‘후방의 영웅’으로 평가된다. 접경에서 총을 들지는 않지만, 국가에 헌신하다가 다친 이들을 치료하는 국군외상센터가 바로 그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문 중령은 2022년 10월 표정호 병장이 국군수도병원으로 실려 온 날이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병원으로 이송된 표 병장은 지뢰 사고로 오른쪽 발뒤꿈치가 완전히 절단된 상태였다. 자칫 잘못하면 발목 전체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 모두 치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절망했지만, 문 중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뼈와 인대를 이식하고 허벅지 근육을 떼어내 뒤꿈치를 재건하는 고난도 수술을 17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제 표 병장은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꽃다발을 안고 시상식장에 온 문 중령의 딸 시원 양(9)은 “온종일 수술하는 아빠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는데,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모습 보고 싶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수상자인 전북경찰청 군산경찰서 백성욱 경위와 부인이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수상한 11명의 경찰과 소방관, 군인 중 3명은 작전 중 큰 부상을 입었다. 심사위원들은 큰 부상에도 개의치 않고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며, 많은 제복 공무원들의 귀감이 됐다고 평가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안성소방서 신현혁 소방위(45)는 화재 진압 작전 중 큰 부상을 당하며 동료 3명을 잃었다. 2022년 1월경 경기 평택시 청북읍에서 일어난 냉동창고 화재를 진압할 때였다. 그날 화재 진압을 위해 창고로 진입한 신 소방위는 창고 내부에 고립됐다. 자욱한 연기로 시야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서 폭발하는 화염에 몸이 튕겨 나간 것.
부상보다 힘든 건 그날 함께한 동료 3명의 순직이었다. 이 충격으로 신 소방위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기도 했다. 이어 공무상 요양에 들어갔으나, 해당 기간이 채 끝나기 전인 2022년 9월 그는 자진해서 현장에 복귀했다. 신 소방위는 “그날 작전의 충격으로 아직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게 두렵다”며 “그래도 힘든 상황에 처한 동료와 후배들에게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이번 시상식을 찾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 신영환 경위(42)는 지난해 3월 외국인 신분증 위조 사범 검거 중 달아나는 피의자를 붙잡으려다 우측 아킬레스힘줄이 파열되며 전치 29주의 상해를 입었다. 그는 “놓치지 않으려고 범인의 다리를 붙잡아, 5m 넘게 끌려갔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퇴원 이후에도 바로 현장에 복귀한 뒤 수사와 재활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위민경찰관상 수상자인 이재원 경장(37)은 음주 측정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피의자를 잡으려다가 부상을 당했지만 “앞으로도 현장을 지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상금을 기부하겠다는 수상자들도 있었다. 위민해양경찰관상을 수상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과 주진홍 경위(42)는 낚싯줄에 걸린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던 일회용 주사기를 단서로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폭력조직을 포함한 마약 사범 29명을 일망타진했다. 그는 “이번 상금을 마약을 단절하기 위한 곳에 쓸 생각”이라며 “마약 사범을 검거할 때 필요한 방탄 장갑과 삼단봉을 구매해 동료들에게 나눠 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 사범을 잡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는데, 방탄 장갑 등이 동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대상
윤종탁 경감(서울경찰청 송파경찰서)
◇제복상
문기호 중령(국군의무사령부 국군수도병원)
김창곤 중령(육군 32보병사단)
백성욱 경위(전북경찰청 군산경찰서)
양승춘 소방경(경기소방재난본부 성남소방서)
이종욱 소방위(인천소방본부 중부소방서)
김건남 경감(동해지방해양경찰청 포항해양경찰서)
◇위민경찰관상
신영환 경위(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이재원 경장(서울경찰청 송파경찰서)
◇위민소방관상
신현혁 소방위(경기소방재난본부 안성소방서)
◇위민해양경찰관상
주진홍 경위(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과)
심사위원 김진태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공동대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