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한국 김 수출, 역대 최대 음식 한류 주역으로 떠오른 김밥 한류 영향으로 ‘힙’한 음식 인식… 美에선 ‘1인당 2줄’ 제한 둘 정도 작년 수출액 전년 대비 66% 증가
지난해 8월 미국 뉴욕 식료품 대형마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식 냉동 김밥.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한국 김밥은 건강식으로 인기가 많아요.”
지난해 9월 찾았던 베트남 하노이시의 한 현지 마트. 김밥용 김과 조미김, 김자반 등 한국식 김 제품 10여 종이 사람 키보다 높은 진열대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3년 이상 일했다는 티안 씨(26)는 “2∼3년 전부터 한국 김밥이 여러 TV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주부들이 김밥용 김을 많이 사 간다”라고 했다.
이날 오후 8시경 한 대형 쇼핑몰 지하 한식 전문매장에서는 김밥이 막 다 팔린 상태였다. 이날의 ‘마지막’ 김밥을 친구와 함께 먹던 고등학생 하비 양(19)은 “K팝 아이돌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다 보니 김밥과 김치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특히 김밥의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김밥은 아시아권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특히 냉동 김밥의 간편함에 반했다. 과거에도 김밥은 다양한 채소를 함께 섭취해 영양 균형이 잘 잡힌 식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한식당 등에서만 사먹을 수 있다 보니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 냉동 김밥의 등장은 이 장벽을 없앤 것이다. KOTRA 관계자는 “김밥을 대량으로 구입해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소비자들이 획기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냉동 김밥은 식물성 재료로 구성된 비건(Vegan) 제품이다. 국내에서 김밥 재료로 흔히 쓰이는 햄과 달걀 대신 각종 채소와 유부, 두부, 잡채 등을 넣었다. 이러한 점이 Z세대 감성과 맞아떨어졌다는 풀이도 있다.
국내 기업들도 김밥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일본에서 비비고 냉동 김밥 3종(햄야채·불고기·김치치즈)을 출시했다. 일본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온(AEON) 등 현지 주요 유통 채널 약 2000개 점포에 입점했다. 지난해 9월 일본 코스트코에서 진행한 행사에서는 2만5000세트가 조기 완판되는 등 인기를 입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김밥을 경험한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해외 매출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맛과 품질로 해외에 한국 식문화를 전파할 것”이라고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