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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어뢰 ‘해일’… 동해 시험 발사”

입력 | 2024-01-20 01:40:00

“한미일 해상훈련에 대응” 주장
9개월만에 ‘수중 핵무기’ 도발



북한이 지난해 4월 수중전략무기체계 폭파 시험에 성공했다면서 공개했던 수중핵어뢰인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2형\'.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뒤 수중 폭발시켜 우리 군 항구 등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수중전략무기라고 주장하는 핵어뢰 ‘해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4월 해일 시험 발사 발표 이후 9개월 만이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한미일이 미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함정 9척을 동원해 15∼17일 제주 공해상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한 해상 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이 도발적인 군사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국가의 안전을 심중히 위협하는 행위”라며 “대응조치로 개발 중인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을 조선 동해 수역에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 해군(한일)의 군사적 적대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해상 및 해저에서의 대응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북한이 “초강력한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해일은 지난해 3, 4월 3차례 발사됐다. 당시엔 ‘해일’ ‘해일-1형’ ‘해일-2형’이라고 명명했다. 이번엔 ‘해일-5-23’이라고 밝혀 폭발 위력과 잠항 사거리, 기습력을 대폭 개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핵어뢰로 미 핵항모를 타격할 수 있음을 위협한 것이다.



北, 핵어뢰 사거리 성능 개량한듯… 美 “北위협 10년내 급변할것”


‘해일-2형’서 ‘해일-5-23’ 번호높여… 파괴력-정확도 등 대폭 개선 가능성
9개월만에 공개… 기만전술일수도
美NSC “韓방어, 북러협력 고려 필요”
워싱턴 일각 “한국 독자 핵무장해야”
19일 북한이 9개월 만에 발사 사실을 공개한 핵어뢰 ‘해일’의 번호가 지난해 3, 4월 ‘해일’ ‘해일-1형’ ‘해일-2형’으로 순차적으로 높아지던 것과 달리 ‘해일-5-23’으로 바뀐 점을 우리 군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해일의 사거리와 타격 정확도 등이 실전 배치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됐음을 북한이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어서다. 북한은 지난해 4월 4∼7일 발사한 ‘해일-2형’이 71시간 6분에 걸쳐 1000km를 잠항했다고 보도한 이후 해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9개월간 비공개 발사를 거쳐 관련 기술을 크게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어뢰 잠항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빠른 속도로 잠항할 때 발생하는 와류(渦流), 소음 등은 대폭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번호를 부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 “9개월간 핵어뢰 기술 대폭 개선 가능성”

북한이 이날 핵어뢰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기존과 크게 다른 번호를 붙인 데 대해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단순히 타격 목표가 다른, 또 다른 종류의 해일을 개발 중이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기술 개량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은 어뢰 자체 기술은 오래전 확보한 만큼 최대한 깊은 수심에서 한미 감시자산에 사전 탐지되지 않고 표적 인근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일-5-23’이란 번호가 미국 핵무기 명칭을 흉내 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과거 실제 배치됐던 미국 핵무기 W70-1 등과 유사한 이름을 붙이는 식으로 핵 사용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란 분석이다.

‘해일-5-23’이 ‘해일-2형’ 등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 중인 핵탄두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3월 공개한 각종 미사일 및 해일 호환용 전술 핵탄두 ‘화산-31’의 경우 당시 공개된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위력이 5kt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돼 선전용 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중에서 말 그대로 해일을 일으키려면 그 위력이 수백 kt급은 돼야 한다. 5kt으로는 해일을 일으킬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지난해 3차례에 걸쳐 ‘해일’을 발사했을 때와 달리 발사 장소나 잠항 거리, 잠항 시간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전략적인 정보 미공개를 통해 한미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개량된 해일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것이란 분석과 함께 “실제 시험 발사 없이 기만하는 블러핑(bluffing)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북-러 군사 협력 이후 北 위협 수준 달라져”
프라나이 바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 국장은 18일(현지 시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행사에서 “현재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이런 협력의 결과로 향후 10년 안에 북한 위협의 성격이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 1년간 한국과 확장억제와 관련해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북한의 자체적인 (핵무기 기술) 진전만을 기초로 삼았으며, 이런 (북-러) 협력이 진행되는 건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이 가속화된 이후 북한의 위협 수준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을 짚으며 한국 방어를 위한 확장억제 정책을 더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바디 국장의 언급은 워싱턴 정가에서 또다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풀이됐다. 최근 미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북핵을 용인하고 한미일 연합훈련도 중단할 거란 전망이 확산되자 “한국도 자체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디 국장은 “북한의 고도화되는 위협에 직면해 확장억제 태세를 최대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한국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