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특별한 계기로 새롭게 변신할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경찰대 생활지도계 박근직 교수(60)는 10년 전 경찰간부후보생들을 지도할 때 충북 음성 꽃동네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서 중증장애인 200여 명을 함께 돌본 뒤 술 담배를 끊겠다는 서약서를 자신에게 썼다. 그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지금은 탄탄한 몸매를 과시하며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들의 몸만들기를 돕고 있다.
박근직 교수는 10년 전 술과 담배를 끊고 근육 운동을 시작해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은 2024년 경찰달력 모델로 찍은 모습. 박근직 교수 제공.
사실 박 교수는 합기도 공인 6단으로 서울과 제주, 대전 등 경찰서에서 호신체포술을 가르칠 정도로 운동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2008년 보디빌딩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하지만 근육 운동을 하다 어깨를 다친 뒤 근 10년 운동을 등한시하며 술을 마시다 보니 복부 비만이 된 것이다. 당시 체중이 76kg으로 과도 비만은 아니었지만 복부엔 살이 많았다.
박근직 교수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학생 및 교직원들의 몸 만들기를 돕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대회 출전은 근육 운동 시작 2년 뒤부터 간헐적으로 했어요. 처음엔 창피당할까 두려워 나가지 못했죠. 입상보다는 참가에 의의가 있었죠. 그것도 1년에 한 번 나갈 정도니 발전이 없었어요. 그러다 제가 미스터폴리스 대회에 나간다고 하자 집사람이 ‘그 몸으로 못 나간다’며 PT 받으라고 돈을 줬어요. 역시 전문가의 손길을 받으니 몸이 잘 만들어졌어요. 체중도 66.6kg까지 빠졌어요.”
박근직 교수가 가슴 및 팔 근육을 보여주는 포즈를 취했다. 박근직 교수 제공.
박근직 교수가 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입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박근직 교수 제공.
그의 하루는 새벽 5시 좀 넘어서 시작된다. 몸 풀고, 코어 및 복근운동, 밸런스볼 위 스쾃, 서킷트레이닝(고정식 자전거 타기,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을 2시간 한 뒤 출근한다. 서킷트레이닝은 5분 동안 고정식 자전거 타기와 팔굽혀펴기, 턱걸이를 이어서 하는 것을 1세트로 6세트를 진행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몸을 3분할(앞면 뒷면 측면)로 나눠 하루 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하고 있다. 6일 중 3일 근육을 만들고 3일은 쉬는 것이다.
박근직 교수(오른쪽)가 2024 경찰 달력 모델로 등장했다. 박근직 교수.
박 교수는 퇴근한 뒤 2시간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상대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학생 보디빌딩 동호회 ‘득근(得筋)득근’을 지도하고 있다. PT를 원하는 교직원들을 따로 모아서 주 2회 근육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그는 “10년 전 금주 금연을 하고 보디빌딩 운동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젠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했다.
박근직 교수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경찰대에 학생들이 입학하면 무도 훈련도 받거나 축구도 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고교 때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제가 어느 땐가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코어 운동하고 유연성 훈련을 한 달 동안 시켰어요. 그랬더니 졸업할 때까지 부상자가 한 명도 안 나왔어요. 운동이 평생 건강의 원천입니다.”
“100세까지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라는 그는 “혹 100세가 됐을 때 ‘100세 올림픽’이 열린다면 꼭 출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박근직 교수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학생 및 교직원들의 몸 만드는 것을 돕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