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美 펜실베이니아대 “원숭이 등 동물도 대박 선호”… 환경 어려울 때 모험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되거나 주식투자로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것, 또는 사업으로 단번에 크게 성공하는 등의 소위 대박을 바라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로또에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건 허황된 생각이며, 투자로 돈을 벌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얻는 게 제대로 된 투자이고, 한 번에 큰돈을 벌려고 하는 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폄하한다. 한방을 노리기보다는 평소에 돈을 절약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적정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게 제대로 된 투자 활동이며, 한 번에 큰돈을 버는 대박을 바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대박을 바라는 사람은 정도를 걷는 게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며, 결국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동물들도 대박 노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로또나 주식투자로 대박 나길 바라는 건 살아남기 위한 최적 행동이다. GETTYIMAGES
이런 성향은 원숭이만이 아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버튼을 누르면 여러 가지 형태로 음식물이 떨어지는 상자에서 실험을 했다. 이때 쥐들은 먹을 것이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떨어지는 버튼은 잘 누르지 않는다. 대신 먹거리가 잘 나오지는 않지만 만약 먹거리가 나오면 대박이 나는 그런 버튼을 누른다. 이런 경우 중독성을 보이며 계속 버튼 누르기에 열중하기도 한다. 즉 대박을 노리는 건 많은 동물들에서 공통적인 행태이다.
그렇다면 자연환경에서 대박을 노리는 게 어떻게 더 유리한 생존 결과를 이끌었을까? 1981년 카라코 뉴욕 알바니대학 교수는 새들의 먹이 선택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다. 새들을 훈련해서 두 개의 먹이주머니를 보여주고 어떤 것을 더 선택하는지에 대한 연구였다. 두 개의 먹이주머니 중에서 하나는 고정된 수의 씨앗이 들어있다. 다른 하나는 씨앗의 수가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다. 두 개 먹이주머니의 평균, 기댓값은 같다. 하지만 첫 번째 먹이주머니는 고정된 숫자의 씨앗이 나오고, 두 번째 먹이주머니는 쪽박일 수도 있고 대박일 수도 있다. 새들이 고정된 수입을 원하는지, 아니면 소위 대박을 바라고 모험을 하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환경에 따라 다른 선택
새들의 선택은 환경에 따라 달랐다. 기후가 따뜻할 때는 첫 번째 주머니, 즉 고정된 수의 씨앗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더 선호했다. 하지만 기후가 좀 추울 때는 두 번째 주머니, 쪽박이거나 대박인 주머니를 더 선택했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먹이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굶을 위험이 없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 새들이 이럴 때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주머니를 선택했다.추울 때는 달랐다. 추울 때는 새들이 평소에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는 안정적으로 소량의 먹이를 구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굶주릴 위험이 크다. 이럴 때 새들은 모험을 한다. 비록 거의 씨앗이 들어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충분한 먹이를 구할 가능성이 있는 쪽을 선택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원숭이나 쥐도 원시 자연환경에서 먹거리를 찾아 살아남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먹이를 구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는 대박을 바라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원숭이, 쥐 등이 안정적인 수입보다 대박을 바라는 건 오랜 진화과정에서 얻은 지혜일 것이다.
이런 새들의 선택은 사람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평소 수입으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 직업이 안정적이고 살아가기에 충분한 수입이 있는 사람은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모험을 하면 큰돈을 벌수도 있지만 큰돈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 살아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데 큰돈을 잃을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 도박 같은 모험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도박을 하거나, 또는 도박 같은 위험한 사업이나 투자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도박을 하는 건 자기 삶을 운에 맡기는 것이며 성실히 살아가지 않고 대박을 노리고 한탕을 바라는 것으로 본다.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고, 운에 맡긴 모험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평소 수입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고, 수입도 안정적이지 않고, 설사 수입이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그 절대적 액수가 적은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런 사람들 처지에서는 평소의 수입에만 기대서는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날 수가 없다.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냥 성실하게 지낸다면 평생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살게 되고 잘못하면 정말 굶어죽게 될지도 모른다. 이때는 대박을 노리고 모험을 해야 한다. 모험을 해서 돈을 더 잃고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 이대로 지내도 어려워지는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모험을 해서 뭔가 터트리는 게 잘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이 낮기는 하다. 하지만 가능성이 0%는 아니다. 지금 이대로 살면 잘살 수 있는 가능성은 0%이다. 위험하지만 대박을 바라며 모험을 하는 게 잘살 수 있는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생활 어려운 사람들이 로또 많이 구입
실제 로또를 많이 사고, 대박을 바라며 새로운 가게를 내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어느 사회에서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복권을 많이 산다. 지금 수입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로또를 구입한다. 월 400만~500만 원 꼬박꼬박 수입이 있는 사람들은 가게를 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입이 하나도 없어서 먹고살기 어려워진다는 위기감이 있는 사람들이 가게를 내고 대박을 원하는 자영업자가 된다. 지금 생활에 불만이 없는 사람은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현재 자기 상황으로는 원하는 수입을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할 때, 그런 만족할만한 수입을 얻기 위해 사업을 시도한다. 추운 날씨에 새들이 대박 가능성이 있는 먹이주머니를 선택하듯이, 현재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대박을 노리고 로또를 사거나 뭔가 일을 시작한다.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을 허황된 꿈을 꾼다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어떤 환경에서는 대박을 노리지 않으며 성실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게 더 맞는 삶의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환경에서는 대박을 노리는 게 최종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최적의 선택이 된다. 원숭이, 쥐, 새들의 도박적 행태는 대박을 노리는 게 충분히 합리적인 행위일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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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4호에 실렸습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