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당시 48.1㎝ 달하는 투표용지. 뉴스1
여야가 선거제 개편에 좀처럼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현행대로 간다면, 제21대 총선 때처럼 ‘꼼수 위성정당’ 난립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위성정당을 공언했고, 민주당과 군소 정당의 비례연합정당 가능성도 있어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를 고수하고 있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 수를 따지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 47개를 정당 득표율 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병립형은 제20대 총선까지 적용됐으며, 제21대 총선에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위해 준연동형이 도입됐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위성정당과 비례정당이 난립할 경우 역대 최장 비례대표 투표용지였던 제21대 총선 때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있다. 지난 총선 당시 유권자들은 48.1㎝에 달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아들게 됐었다. 이는 정당명부식 ‘1인 2표제’가 도입된 제17대 총선 이후 역대 최장으로 집계됐다. 제20대 총선시 투표용지 길이는 33.5㎝였다.
투표용지가 35㎝만 넘어가도 자동개표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선관위의 자동개표기는 최대 34.9㎝ 길이의 투표용지 처리와 24개 정당 표기만 가능하다. 선관위가 일일이 수개표를 하면 개표 결과 발표도 일부 지연될 수 있다.
다수 의석으로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쥔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를 내세웠지만 고심이 깊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대한 가져가기 위해선 병립형이 유리한데 정치 역행이라며 내부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준연동형을 택하려면 위성정당이 필수적이지만, 이탄희 의원을 중심으로 ‘위성정당방지법’ 촉구 움직임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은 채 준연동형을 하면, 스스로 20석 가량 포기하는 꼴이 된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들고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도 20석은 내주기엔 치명적인 수치다. 실제 야권 내 위성정당 기류도 감지된다.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 군소 야당이 함께 하는 ‘개혁연합신당’은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제안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긍정적인 여론이 있다.
민주당은 조만간 총의를 모으고 여당과 협상에 임할 방침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8일 비공개 차담회에서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가능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