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주도 달 착륙 모두 실패 대체 부품 사용 등 비용 절감 원인 “국내 달 착륙선, 실패 사례 참고를”
민간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탑재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벌컨 센타우르 로켓이 8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애스트로보틱 제공
미국에서 민간 기업이 8일(현지 시간) 발사한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 임무에 실패한 뒤 대기권에서 연소돼 활동을 마감하게 됐다.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합작사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흠잡을 데 없는 로켓’인 ‘벌컨 센타우르’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전 세계 민간 기업의 달 착륙 시도는 지금까지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민간 기업으로선 첫 시도였던 이스라엘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는 2019년 착륙 마지막 단계인 연착륙에 실패했다. 지난해 4월 일본 우주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가 발사한 달 착륙선 ‘하쿠토-R’도 착륙에 실패했다. 정부 차원의 달 정복 또한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루나 25호는 지난해 8월 달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일찍이 1960년대에 성공했던 러시아가 쓴맛을 본 것이다. 자연스럽게 반세기 전에 이미 달 착륙에 성공했음에도 50여 년이 지난 현재 달 착륙마다 번번이 실패하는 까닭에 관심이 모인다.
21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달 착륙선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로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문제가 꼽힌다. 달 착륙선을 개발하는 대다수 민간 기업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지상에서 시험을 충분히 반복하지 않는다. 착륙선 전용 부품을 개발하는 대신 위성과 같은 다른 기체에 사용되는 부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1960∼197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50억 달러(약 33조6450억 원)를 투자했다. 국가가 주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던 50여 년 전과 달리 민간 기업이 개발을 주도하면서 경제성에 훨씬 민감해졌다는 설명이다.
5303억 원 규모의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이 지난해 10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정부가 주도해 개발이 이뤄지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타 평가 과정에 참여한 한 국내 전문가는 “이번에 개발되는 달 착륙선은 해외 민간 기업의 착륙선과 같이 전용 부품이 아닌 유럽의 위성용 부품을 사용할 계획”이라며 “앞선 실패 사례를 계속해서 분석하며 계획을 보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