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어 포스코, 철강업계 최초 ‘주4일제’ “로봇시대 노동시간 감축” 주장에 “준비 없으면 생산성 급락” 우려도
재계 순위 5위인 포스코가 국내 철강 업계 최초로 ‘주 4일제 실험’에 나서자 제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로 정보기술(IT)·온라인 업체를 중심으로 불던 주 4일 근무제 바람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포스코는 22일부터 상주 근무 직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2주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채우면 첫째 주는 본래대로 5일, 둘째 주는 하루 줄어든 4일 근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완전한 주 4일제는 아니지만 미리 근무시간을 채우면 연차를 안 쓰고도 쉴 수 있는 ‘절충적 격주 주 4일제’인 것이다.
제조업계에선 주 4일제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국내 주요 철강, 자동차, 조선, 배터리 업체 중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만 제한적 주 4일제를 도입했을 뿐이다. IT·온라인 업계에선 SK텔레콤, 카카오게임즈,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여기어때, 휴넷 등이 수년 전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주 4일제 실험’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계는 포스코발(發) ‘주 4일제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 4일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문용문 신임 현대자동차 노조지부장이 향후 사측에 포스코의 사례를 앞세워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해 9월 파업에 돌입하며 ‘임금 삭감 없는 주 32시간 4일 근무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제조업에서도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적극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포스코와 경쟁하는 철강업체 내부에서 주 4일제 요구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며 “업종·기업마다 여건이 다른데 마치 주 4일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근로 조건이 나쁜 기업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계에선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준비 없이 떠밀리듯 주 4일제에 나선 기업은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