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는 금액 기준으로 과세 전면 개편땐 세수 수조원 줄어들어 최상목 “찬반논란 고려… 신중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상속세 완화 방침을 시사하면서 1년 넘게 이어져 온 정부의 상속세 개편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속세를 물리는 기준을 ‘물려받는 액수’로 바꾸기 위해 진행해 온 연구 용역이 다음 달 마무리되는 가운데, 상속세 완화로 줄어드는 세수가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이 다음 달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2022년 9월 발주해 진행 중인 이 연구 용역은 당초 지난해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정부가 상속세 완화 방안 중 하나로 들여다보고 있는 유산취득세는 각자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법이다. 예컨대 현재는 100억 원의 재산을 자녀 4명이 상속받는다면 100억 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 후 4명이 나눠 낸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는 4명이 각각 물려받은 25억 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정한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속받은 이들이 내야 하는 세금도 줄어든다.
정부가 검토 중인 공제 확대 역시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재의 기초공제 2억 원을 유지하면서 배우자 공제를 2배로 확대하면 전체 상속세는 약 6364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상속 공제는 기초공제 2억 원과 성인 자녀 1인당 5000만 원 등의 인적공제가 있다. 배우자 공제는 5억 원부터 상속분에 따라 최대 30억 원까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비 상속세율이 높다든지, 상속세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가 왜곡된다는 측면이 있고 한편에선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며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 방침 시사에 대해선 “대통령 말씀은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화두를 던지신 것”이라며 “찬반이 있는 과세인 만큼 사회적인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에 비하면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24년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유산취득세는 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중산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