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대책’ 주민설명회 현장 가보니 일부 단지 ‘진단 철회’ 등 기대감… “총선용 대책인지 지켜봐야” 우려도 정부, 내달중 법개정안 발의 예정… 총선前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
정부가 1·10 공급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행 가능성 및 시기 등을 놓고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1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재건축 단지에 안전진단 접수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정부 믿고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진행했다가 법이 개정 안 되면 어떡합니까?”(입주민 대표)
“일단은 기존 절차대로 추진하시고 법 개정 상황을 지켜보시는 게….”(구청 담당자)
18일 오후 서울의 한 구청 별관 회의실.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긴 이 지역 10여 개 아파트 단지 입주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해당 구청에서 1·10 공급대책에 따라 주민 대상으로 연 설명회 자리였다. 이 구는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규제완화 최대 수혜 지역 중 한 곳이라고 밝힌 지방자치단체이기도 하다.
게다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시작하려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점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B단지 입주민 대표는 “총선이 코앞인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며 “추진위 구성, 정비구역 입안도 다 비용이 발생하는데 섣불리 진행했다가 사업이 무산되면 나중에 주민들에게 뭐라고 설명할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질문이 이어지자 구청 담당자는 “지난해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돼 대부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단은 현행 제도를 따라 사업을 추진하라”고만 안내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그럼에도 기존 절차를 중단하거나 철회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동작구 명수대현대는 정밀 안전진단을 위해 구청에 진단 비용 융자를 신청했다가 최근 취하했다. 정부 대책이 나오면서 안전진단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판단을 내린 것. 재건축이 논의돼 온 C단지 주민은 “재건축은 속도가 핵심이라 법 개정을 넋 놓고 기다리다간 오히려 사업을 그르칠 수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총선용 대책에 불과하다거나, 그래도 좀 지켜봐야 한다는 등 말들이 많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 간 온도차도 감지된다. 정부가 1·10 공급대책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은 노원구는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실제 시행 시 단지별 동시다발적 추진위 설립과 정비계획 수립 등으로 주민 혼란 및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과도한 공사비 등으로 시행 취지인 주택 공급 활성화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며 “사업성에 따른 지역별·단지별 사업 속도 차이와 그에 따른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