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동훈 사퇴’ 요구] 이관섭-한동훈-윤재옥 어제 회동… 대통령실, 김경율 공천논란 문제삼아 비대위측 “金 공천 관련 언급 없었다” 韓 “총선이후 내 인생 꼬일것 같다”… 여권 “용산과 힘겨루기 부담 느낀듯”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곧장 거부하고 나서면서 총선을 80일 앞두고 여권 내 정면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이 내세운 이번 갈등의 표면적 이유는 한 위원장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전략공천 문제를 둘러싼 ‘사천 논란’이지만, 실제 핵심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논란에 대한 한 위원장의 대응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미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총선을 목전에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간 전면전으로 번지게 생겼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정치적 중립 문제 위배에 따라 정치 개입이나 직권남용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이관섭 “尹 뜻…사퇴 요구”
이날 비공개로 열린 회동에는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특히 한 위원장의 김 여사 문제 대응에 대한 윤 대통령의 섭섭함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 현안 관련 대응과,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한 발언 등을 제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함을 강력히 토로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론 한 비대위원장의 공천 논란을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이날 회동 자리에선 김 비대위원의 공천 논란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김 여사 대응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만이 이번 갈등의 핵심 이유라는 것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18일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19일에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언급하며 당내 ‘김 여사 사과론’을 꺼냈다. 비대위원장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 “몰카 공작”이라며 “(고발이 됐으니)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입장이 달라진 것.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만큼 당내 친윤(친윤석열)계도 본격 사퇴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이용 의원은 20일과 21일 의원 전체 채팅방에 한 위원장의 사과론을 공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한 친윤 의원은 “(한 위원장 사퇴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내 여러 의원들과의 교감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현행 국민의힘 당헌 당규상 비대위원장은 본인의 자진 사퇴 외에 강제 사퇴 규정이 없다. 앞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고 당 대표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 한동훈, “4월 10일(총선) 이후 내 인생 꼬일 듯”
한 위원장은 15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 이후 측근에게 “4월 10일(총선) 이후 내 인생이 꼬일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인사는 “그때부터 이미 김 여사와 관련해 용산과의 물밑 힘겨루기 속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 한동훈의 전면전이 시작된 것 같다”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지명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상황에서 또다시 지도부 공백이 이어져선 안 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면 대안이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선거를 치를 것인가”라며 “지금 와서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당이 용산만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여사 사건 관련 민감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총선이 8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의원들도 사안의 민감성이나 전략적 측면을 고려해서 조금 지켜봐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