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센터 예술고문 유근상 총장 “네모 건물-단조로운 조형물 탈피… 휴전선 오가는 ‘하얀 새’ 연상 중 北주민들이 나중에 센터 찾아와… 잊혀진 존재 아님을 알게 됐으면”
유근상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 예술특별고문이 18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본인의 작품 ‘자연의 소리’ 앞에 선 모습. 그는 “센터에 희망 등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제작해 기증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그늘에 방치해두면 곰팡이가 생깁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도 이젠 햇볕을 쬘 때입니다.”
유근상 이탈리아 국립문화재복원대·국립예술종합대 총장(60)은 18일 서울 서초구 개인 작업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실상을 끄집어내 국내·해외에 각인시켜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 총장은 최근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 예술특별고문으로 위촉됐다. 통일부는 260억 원을 투입해 2026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북한 인권 전당’, ‘한국판 홀로코스트 박물관’ 역할을 할 북한인권센터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건립한다.
유 총장은 예술계의 거장이다. 40년 넘게 회화·조형예술가로 활동하며 이탈리아 미술대전 대상과 미술평론 대상(에밀리오 그레코) 등 유수의 미술상을 수상했다. 피렌체의 귀족인 메디치 가문이 당대 한 명만 후원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체르토사 수도원을 종신 작업실로 제공받기도 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예술고문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선 본인이 유관순 열사 가족의 직계 후손이라면서 “해외에 살면서도 항상 조국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립운동가 후손이란 자부심으로 이탈리아 명예 시민권도 포기했다”며 “북한 인권은 정치를 초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앞으로 설계, 조형물·공간 구성, 전시물 배치 등 센터 건립 전반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네모난 건물에 전시물을 단조롭게 나열한 그런 방식은 아닐 것”이라며 “휴전선을 자유롭게 오가는 평화의 상징인 ‘하얀 새’를 연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센터는 한 번 오고 말 곳이 아니라 통일이 될 때까지 진화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 관련 국제회의, 북한 관련 특별전 등 여러 형태로 활용 가능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 그는 “가령 전 세계 유명 미술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한 미술품들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열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유 총장을 만나 “센터는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전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총장은 다만 “센터가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면서도 희망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암울한 시선으로만 보기보단 밝은 메시지로 그들을 비춰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센터에서 ‘자신들이 잊혀진 존재가 아니었다’는 치유를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바티칸미술관 현대미술소장을 지낸 유 총장은 북한 인권 문제 공론화를 위해 바티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도 했다. “올해 교황님이 전 세계에 북한 인권과 관련한 메시지를 낼 수 있도록 추진해볼 예정입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