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가면’ 발간 박물관 가면 응급 보존처리 위해 X레이-적외선-자외선 조사했더니 감춰져 있던 ‘재질’들 드러나… ‘유물보존총서’에 가면 487점 소개
19일 오전 경기 파주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에서 학예연구사들이 가면에 X레이를 투과하고 있다. X레이 촬영을 통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가면의 내부 구조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파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9일 경기 파주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보존과학실. 박성희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가 경남지역 민속 가면극 ‘오광대’에서 사용된 ‘종가 양반’ 가면이 찍힌 X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가면의 왼쪽 볼에 붙은 부속물은 맨눈으로 볼 땐 그저 나뭇가지 같았지만, X레이 사진에선 뼈마디 12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박 연구사는 “가면에 잘라 붙인 동물 꼬리털을 수염으로 활용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털이 빠지고 뼈만 남은 것”이라며 “한국 가면이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종가 양반 가면(왼쪽 사진)과 이를 X레이로 찍은 사진. X레이 촬영을 통해 왼쪽 수염이 동물 꼬리뼈로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가면 안쪽의 끈도 X레이에 찍혀 있다. 파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양반 나무가면이 새로 발견되기도 했다. 적외선 촬영을 통해 거의 지워진 가면 수염의 먹선을 찾아낸 것. 이 먹선이 1965년 촬영된 고성 오광대 영상에 나오는 가면과 일치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물체에 적외선을 비추면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그림선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어 가능했다. 연구진은 과거 가면극 영상과 사진자료를 샅샅이 뒤지며 소장된 가면들의 역사를 추적했다.
소장 유물들의 상태를 상세히 조사하는 건 보존처리에서 중요하다. 김윤희 유물과학과 연구사는 “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문화재 상태를 육안과 각종 광선으로 살펴 미처 못 본 결함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올해 말 소장 중인 만인산(萬人傘·고을 백성들이 지방관의 공덕을 기리며 바치던 양산)의 보존처리 및 분석 결과를 담은 유물 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파주관 1층의 열린 보존과학실에서는 이번 총서에 수록된 가면 중 보존처리를 마친 5점을 볼 수 있는 ‘가면 톺아보기’ 전시가 올 11월까지 진행된다. 이와 함께 경복궁 본관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가면과 가면극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 전시가 3월 3일까지 열린다.
파주=사지원 기자 4g1@donga.com